26일 오후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부산=뉴시스]
경북 울진 한울 원자력발전소에서 처음 발견된 ‘비(非)순정’ 베어링이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 이어 부산 고리원전에도 설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식 계약 업체에서 제작한 정품 베어링 대신 모조품이 원전에 활용된 것이다. 특히 노후 원전인 고리 2호기에는 비순정 베어링이 6개월 정도 설치된 후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4월 진행된 확대 점검 과정에서 한울, 한빛에 이어 고리원전에서도 발견됐다. 고리 본부가 보관 중인 1412개 베어링 중 비순정품이 489개로 나타났다. 계약대로라면 한수원은 스웨덴 기업인 SKF사(社)로부터 베어링을 받아야 한다. 다만 납품 과정에서 국내 공급사 3곳을 통해 정품이 아닌 베어링이 고리원전으로 들어온 것이다.
베어링은 전동기를 지지하고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소모성 자재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바꿔야 하며, 원자로가 꺼진 후에도 최소한의 원전 운영을 위해 교체가 필요하다.
비순정품은 지난해 해체 승인이 난 고리 1호기에 2개, 가동 중단 상태인 2호기에 4개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한수원 측은 “발전소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원전 2기 모두 원자로가 이미 꺼진 후 비순정품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한수원 측이 발전소 운전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전동기 베어링 온도가 소폭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발견됐다. 이후 한수원 측은 올 4월 국내 원전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6월까지 한울·고리원전에 설치된 문제 부품을 모두 정상으로 교체했다. 현재는 SKF사와 정품 베어링 직거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앞으로도 공급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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