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협하는 월마트…“TV 시장 판을 흔들다”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7월 16일 1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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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장 혼전…월마트 주도 ‘쇼핑형 미디어’ 급성장
TV 산업 주도권, 제조에서 유통으로 넘어가는 전환기
월마트, 콘텐츠·광고·유통 독점하나…삼성과 격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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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TV 시장에 거센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유통 기업인 월마트(Walmart)의 저가형 TV 브랜드 ‘온 TV(onn TV)’가 인기를 끌면서, TV 판매 1위 삼성전자와 전면전 양상을 띄고 있어서다.

미국 TV 산업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온 TV는 올해 미국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 TV 업체는 월마트가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PB(프라이빗브랜드)로, 지난 2019년 출시했다. 태블릿, 스피커, 케이블 등 다양한 전자기기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그중 TV 인기가 가장 높다.

이 업체의 강점은 32형 98달러(13만원), 50형 198달러(27만원) 등 타 브랜드 대비 2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이 업체가 중국 TV 업계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 협업을 통해 원가를 절감했다는 점도 있지만, 사실은 TV에서 남기는 이윤을 최소화했다는 데 있다.

대신 TV에 들어가는 스마트 TV OS(운영체제)를 통해 각 가정에 광고를 노출하며, 이에 따른 대가(CPM)을 받아 수익을 올린다. OS는 TV에서 앱 실행, 동영상 재생, 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PC로 치면 각각 윈도우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월마트는 특히 TV 사업을 광고 플랫폼인 ‘월마켓 커넥트’(Walmart Connect)‘와 연계해 ’정밀 타깃‘ 광고 모델을 구축했다.

월마트 소비·구매 데이터를 TV 시청 데이터와 결합해 성별, 나이, 관심사 등에 따라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다.

월마트는 TV를 보다가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광고‘로 사업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다.

월마트에 따르면 자체 사례로 15개월간 분석한 결과, 이 방식의 광고 플랫폼을 활용하면 광고를 보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규 고객은 34%, 기존 고객은 26%씩 구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가 ’TV에서 광고를 보고(See it), 바로 검색(Search it)한 뒤, 소비(Snag it)‘하는 일련의 행동 패턴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TV 플랫폼을 활용하면, 일반 TV 광고와 달리 광고 노출 후 구매 전환까지 추적 가능하다는 점이 광고주들의 공감을 샀다.

◆월마트, TV 업계 신흥 강자 급부상…삼성, 추격 속도 높여


월마트는 이 방식으로 지난해 출하량 기준 미국 2위 TV 브랜드에 올랐다. LG전자는 물론,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저가 브랜드까지 따돌린 것이다.

월마트는 이어 올해는 전 세계 TV 판매 19년 연속 1위에 빛는 삼성전자를 향해 추격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동종 업계 TV 브랜드인 ’비지오(Vizio)‘를 인수했다. 올해는 스마트 TV OS의 내재화를 통해 추진력을 얻을 전망이다.

온 TV는 그동안 외부 업체인 로쿠(Roku) OS를 사용해왔는데, 앞으로는 비지오의 ’스마트캐스트‘로 대체할 계획이다. 옴디아는 이를 통해 월마트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북미 1위 TV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난 TV 산업의 변화는 이제 TV 시장 경쟁 구도가 ’제조 경쟁‘이 아닌 ’플랫폼 경쟁‘으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까지 낳는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더이상 월마트에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도 저가 ’파이어TV‘ 판매를 통해 광고와 쇼핑을 통합하는 방식의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현재 미국 TV 시장에서 타이젠 OS로 22%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로쿠(34%)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장의 큰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앞으로 월마트-비지오 연합과 아마존-로쿠 연합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를 거세게 추격할 전망이다. 중국 역시 구글 안드로이드 TV를 OS로 활용해 스마트 TV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제조·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는 한편, 다양한 TV 브랜드에 OS를 적극 판매하며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타이젠 OS 8.0 공개 이후, ODM(주문자 설계 생산) 파트너들과 협업해, 스마트TV 운영체제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북미 전통 가전 브랜드인 RCA의 북미, 중남미 판매 TV에 타이젠 OS를 지원하며, 호주나 유럽으로도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추세다.

옴디아는 “TV는 더 이상 단순한 영상 시청 기기가 아니라 쇼핑과 상거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콘텐츠-광고-쇼핑의 융합이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누가 생태계를 소유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를 독점하려는 월마트 같은 거대 유통 기업의 공세와 이에 저항하려는 기존 TV 브랜드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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