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이 마땅치 않은 서울 서초구 한 회사에 다니는 30대 A 씨는 요즘 동료들과 이른바 ‘카풀(차 함께 타기) 모임’을 꾸려 통근한다. 상당수가 송파구 일대 오피스텔에 사는데, 차가 있는 동료에게 매달 일정 비용을 주고 특정 장소에서 얻어 타는 식이다. A 씨는 “필요한 상황에는 공유 서비스를 쓰면 그만”이라며 “차를 사면 관리에도 비용과 신경을 쏟아야 하는 게 싫다”고 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고급차 ‘플렉스(Flex)’ 열풍을 주도했던 2030 세대가 최근에는 ‘노카(No Car)족’, ‘차포자’(차량을 포기한 자)를 자처하고 있다. 차에 쓸 돈을 아껴 주식에 투자하는 등 재테크를 하는 게 이득이라는 인식에서다. 꼭 필요한 경우 차량 공유 서비스를 쓰거나 가격이 떨어진 중고차를 산다. 대학 입학과 졸업, 결혼 이후 자연스레 차량을 사던 이전 세대와는 달라진 추세에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 “차 살 돈으로 투자” 공유 서비스 쓰는 2030
실제로 젊은층의 신차 구매는 줄고 공유 서비스 이용이 늘고 있다. 자동차 통계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대는 올 1∼6월 2만9066대의 차량을 구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3만2975대)보다 11.9% 줄어든 규모다. 30대의 같은 기간 구매량 역시 9만9611대로 전년 동기(10만2793대)보다 쪼그라들었다. 이 추세라면 2030의 신차 구매 대수는 올해 처음 각각 총 6만 대, 20만 대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 1∼5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에서 결제된 금액의 절반 이상(50.6%)은 20대의 결제로 추정된다. 2년 전 동기 대비 8.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쏘카의 올 1∼6월 신규 가입 회원도 20대가 40%, 30대가 21.5%였다.
이 같은 추세는 차 살 돈을 아껴 투자에 집중하는 게 이득이라는 ‘실리주의’가 젊은층 사이에 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량 구매 시 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국내 한 완성체 업체 20대 직원 B 씨마저 “차에 들일 돈으로 해외 주식, 미국 국채에 투자 한다”고 말했다.
차가 정 필요해져도 신차 대신 초저가 중고차를 산다. B 씨는 최근 지방 외곽으로 순환근무를 하게 돼 500만 원짜리 중고 구형 쏘나타를 어쩔 수 없이 샀다. 그는 “지방 근무가 끝나면 차는 바로 처분할 것”이라고 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이 같은 20대의 지난달 중고차 구매 대수는 1만3322대로 올 5월(1만2913대)보다 3.2% 늘었다.
이 같은 ‘차포’ 트렌드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030 신차 외면이 단순한 소비 패턴을 넘어선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주유비가 안 드는 전기차(EV)를 2030이 상대적으로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해 차량 금액 일부를 할부하고 나머지 지불은 유예하는 방식의 ‘EV 부담다운’을 운영 중이다.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들을 미리 경험해 보고 피드백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인 ‘UX 스튜디오 서울’을 최근 연 것도 젊은층을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측면이 있다. 체험을 제공해야 구매로까지 이어진다는 취지에서다.
기아는 매월 62만 원 선부터 이용 가능한 구독형 서비스인 ‘기아플렉스’도 운영 중이다. 기아 관계자는 “2030의 니즈에 맞는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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