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고점을 형성했던 6월 말 이후 불과 3주 만에 매수우위지수가 40포인트 넘게 떨어지면서 시장 전반에 ‘숨 고르기’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7월 2주차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55.2를 기록해 전주(60.6)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6월 넷째 주(99.3)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6월 30일 76.4 에서 7월 7일 60.6, 7월 14일 55.2로 불과 보름 사이 총 44.1포인트가 급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수요자(매수자)와 공급자(매도자) 간의 심리 균형을 100을 기준으로 수치화한 지표로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 우위’, 100 미만이면 ‘매도자 우위’를 의미한다. KB부동산은 이 지수를 거래활발지수, 가격전망지수와 함께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심리지표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 권역별로는 강북 14개구가 50.6, 강남 11개구는 59.3으로 각각 전주 대비 6.4포인트, 4.4포인트 하락했다. 두 권역 모두 60선을 밑돌며 매수심리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지표 하락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조치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수도권 전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미래 이자 부담까지 고려한 대출규제)를 시행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며 거래 결정을 유보하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분위기 반전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공인중개사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수천만 원씩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매수자들이 눈치를 보며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심리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매매거래활발지수도 동반 하락 중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거래활발지수는 6월 넷째 주 58.3에서 6월 30일 34.09로 떨어진 뒤 7월 첫째 주에는 13.14까지 하락했다. 2주 연속 큰 폭의 낙폭을 기록하며 거래 심리 자체가 빠르게 위축된 모습이다.
매수심리 둔화는 실거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9%로, 전주(0.40%)보다 0.11%포인트 축소됐다. 부동산원은 “대출 규제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줄고 시장 참여자들이 추이를 지켜보며 적극적인 거래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추가 대출 규제 여부와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 국내 금리 정책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가 향후 시장 심리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하반기 입주 물량 확대와 전세시장 수급 변화가 매매시장으로의 수요 전환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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