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찬석 야놀자 CIO 인터뷰
야놀자 성장 핵심 동력 M&A
스몰딜로 노하우·산업 이해 ↑
여행산업 B2B 기린아 떠올라
야놀자는 잇단 스몰딜로 글로벌 여행업계 B2B 시장의 서비스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여기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는 중간 규모 미들딜을 성공시키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야놀자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진두 지휘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한 최찬석 야놀자 최고투자책임자(CIO). 야놀자 제공
지난 20년간 숙박 커뮤니티,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vel Agency·OTA)로 성장해 온 야놀자가 기업 간 거래(B2B) 시장까지 아우르며 또 한 번 도약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데이터 기술로 무장하고 자산관리 시스템, 호텔 객실 디스트리뷰션(유통) 등 여행 산업 인프라 전반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B2B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 동력은 인수합병(M&A)이다. 도처에 흩어진 여행산업의 다양한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M&A가 야놀자의 진화를 뒷받침했다. 특히 ‘한 방’을 노린 빅딜이 아니라 작은 규모로 여러 차례 실험과 도전을 이어가며 큰 그림을 완성하는 인수가액 1000억 원 미만 ‘스몰딜’과 5000억 원 안팎의 ‘미들딜’을 적극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2019년 2월 국내 객실 관리 솔루션(PMS) 기업인 가람·씨리얼, 같은 해 9월 인도 PMS 기업인 이지테크노시스를 시작으로 2021년 국내 1위 호텔 솔루션 기업인 산하정보기술 인수 등 스몰딜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객실 관리 자동화 솔루션 역량을 확보했다. 굵직한 미들딜도 이어졌다. 2021년 10월 인터파크 전자상거래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2940억 원에 인수하면서 투어·티켓 예매 분야 역량을 확보했다. 2023년 세계적인 B2B 여행 솔루션 기업 GGT(고 글로벌 트래블), 2024년 MST트래블 등을 연이어 품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여행산업 B2B 분야 기린아로 떠올랐다.
야놀자의 잇따른 M&A 성공엔 투자 전략 설계와 실행을 주도한 최찬석 야놀자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있다. 최 CIO를 만나 야놀자의 M&A 여정을 정리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월 2호(421호) 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대형 M&A보다는 스몰·미들딜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야놀자의 M&A 역사는 스몰딜과 미들딜의 연속이었다. 자본력이 부족했던 사업 초창기엔 1000억 원 이하 규모 스몰딜에 초점을 맞췄다. 전환점은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자본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시선도 국내, B2C가 아니라 글로벌, B2B로 사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야놀자에 가장 중요했던 M&A 변곡점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인터파크, GGT, MST트래블이다. 먼저 2021년 10월에 이뤄진 인터파크 인수는 야놀자가 ‘국내’ ‘숙박’ 중심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도약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두 번째 핵심 딜은 2023년 5월 진행한 GGT 인수다. OTA와 호텔 사이를 연결해 주는 B2B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하는 회사다. GGT를 품으면서 야놀자가 글로벌 여행산업의 B2B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마지막은 2024년 인수한 MST트래블이다. 이스라엘의 AI 기반 호텔 객실 확보 최적화 솔루션 기업이다. 스몰딜 중에선 2019년 인도의 이지테크노시스, 2021년 국내 업체인 산하정보통신 인수를 꼽을 수 있다. 둘 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호텔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글로벌 B2B 사업을 위한 초석으로 매우 중요한 딜이었다.”
―주요 M&A를 글로벌 B2B라는 큰 틀에서 연결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로드맵을 그리고 시작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전략적 방향성은 분명했다. 단순히 ‘호텔 예약 플랫폼’의 확장이 아니라 전 세계 여행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밸류체인을 야놀자라는 이름 아래 통합하는 게 목표였다.”
―M&A 성공의 비결은….
“핵심은 철저한 빌드업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대박 딜’ 같은 건 없다. 여러 M&A가 긴밀하게 연쇄 작용하면서 더 좋은 기회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해외 기업은 더욱 그렇다. 해당 사업 영역을 오랜 시간에 걸쳐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GGT가 대표적이다. 사전에 시장 구조를 분석하고 호텔 객실 B2B 공급으로 확장하는 다음 사업 전략을 세운 후 여러 후보군을 놓고 검토해 최종 낙점한 회사였다. 그 시발점도 스몰딜인 PMS 기업 이지테크노시스의 인수였다. 호텔 사업과 세일즈의 시작인 PMS 역량 확보 이후 연결 지점을 찾은 결과다. ”
―딜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는 우리가 부족한 영역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전사 전략적 관점에서 반드시 채워야 할 영역이 존재하는지부터 본다. 다음 질문은 ‘빌드 오어 바이(build or buy)’다. 즉 꼭 확보해야 할 역량이라면 우리가 직접 시간을 들여 만들고 키우는 게 나은지, 인수나 투자를 통해 사들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M&A를 하겠다는 전제하에서 중요한 기준은 기술력, 그리고 연결성이다.”
―많은 기업이 스몰·미들딜을 실패하는 이유는….
“공통적으로 실수하는 게 있다. 빌드업 과정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국내에서 영위하던 자신들의 기존 사업만 이해하는 수준에 그친다. 해외 환경, 그 기업에 대한 이해 모두 부족한 상태지만 잘 안다고 착각하고 딜에 나서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굉장히 비싼 가격에 사고, 산 다음엔 당연히 실패한다.”
―야놀자의 M&A 의사결정 특징은….
“일반적인 투자회사들의 투자심의위원회 수준의 내용을 먼저 들여다보고 그다음 전략 조직과 재무 조직, 기술 조직, 사업 조직이 모두 함께 관여하면서 교차 검증을 한다. 창업자조차 단독으로 M&A를 밀어붙일 수 없다. 이런 독립성을 보장받는 의사결정 방식이 M&A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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