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7∼12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가 종전 대비 3조6000억 원가량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6·27 대책을 필두로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도 대출 총량을 억제하고 있어 하반기 ‘대출 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수정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제출했다. 5대 은행이 제출한 하반기 수정 목표치는 3조6000억 원으로 종전(7조2000억 원)보다 50% 줄어든 수치다. 앞서 6·27 대책 발표 전까지 5대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4조5000억 원, 하반기는 7조2000억 원 수준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대출 여력의 차이가 커 은행별 축소율은 제각각이겠지만, 5대 은행 합산 수치로 봤을 때는 종전 목표치보다 절반가량 줄이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에 가산금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하려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국면으로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리가 내림세지만, 코픽스 금리의 낙폭만큼 가산금리를 덧붙여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금리를 조정하는 동시에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일선 현장에서는 대출모집인을 통해 주담대를 상담하고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를) 대부분의 은행권들이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은행의 경우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달성하려 소비자에게 중도상환까지 권하고 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6·27 대책에 이어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도입되는 등 정부의 깐깐한 대출 억제 정책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마저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달 진행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3분기(7∼9월) 가계 주택대출, 신용대출 등에 대한 대출 태도 지수는 각각 ―31, ―22로 전분기(―11,―11)보다 더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보다 깐깐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은행권 여신 실무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도 “가계대출 증가 폭을 줄이지 못한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절벽’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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