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1/한경협 제공
국내 재계 인사 중 대표적인 ‘미국통(通)’으로 꼽히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두고 “우리나라 경제의 운명이 달린 중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취임 2주년을 맞는 류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제38회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생각해서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좋은 조건을 (얻어야 한다)“ 이같이 말했다. 그는 “2주 동안 (협상을) 풀 코트 프레스(전방위 압박)로 해서 지금 당장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좀 주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류 회장은 재계 인사 가운데 미국과 네트워크가 끈끈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올해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류 회장은 간담회에서 지난달 미국 의회를 찾아 방위비 분담금과 통상 문제 등 한국과 관계가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의 만남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한국에 관심이 많고 친(親)한파가 많다”며 “그래서 (그들은)굉장히 우리나라의 상황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남의 얘기를 경청을 많이 하신다”라며 “제가 이제껏 뵌 리더 가운데 가장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일하셔서 좀 다르구나(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자신의 고향이 같은 경북 안동이라며 “안동 사람들은 서로를 잘 챙기고 이 대통령도 저를 잘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이달 16일 류 회장은 하계포럼 개회사를 통해 “민주당과 한경협이 10년 만에 대화를 재개한 일, 새 정부 출범 9일 만에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진 일이 의미가 컸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한경협과 10년 만에 공개 만남을 가졌을 때 류 회장은 “옛날에 차였던 여자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옛날에 차였던 여자친구가 10년 후에 만나니 참 잘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의 2차 상법 개정 추진에 대해 “한꺼번에 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페이스(속도)를 좀 늦출 필요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면서도 “저도 (풍산그룹의)자사주는 앞으로 좀 소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측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룰’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여권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등 범위를 더 확대한 2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그는 또 “내년 2월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회장의 한경협 회장단 복귀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4대 그룹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다. 류 회장이 취임한 2023년엔 전경련은 4대 그룹 탈퇴로 ‘해체론’까지 거론됐다. 류 회장 취임 직후 전경련은 쇄신을 위해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현대차를 시작으로 SK·LG·삼성이 회비를 납부하면서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했으나, 회장단으로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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