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파리목 내 모기와 근연종…모기약으로 가정 방제 가능
생태적으로는 익충이지만 불쾌감·혐오감 주는 해충이라 할 여지
충청권·강원권 등 확대 가능성…국내 생태계 천적 증가도 기대
30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무리가 등산로와 등산객들에게 들러붙으며 불쾌감을 주고있다. 2025.06.30. [인천=뉴시스]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생태적 지위에서는 익충에 해당하지만 최근 너무 많이 발생을 하다 보니 불쾌감·불결함·혐오감 등을 주는 해충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에 들어온 러브버그를 급하게 방제해야 한다면, 그냥 집에 있는 모기약을 꺼내서 쓰시면 됩니다.”
김주일 강원대학교 생물자원과학부 교수는 21일 제25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에서 ‘러브버그는 익충, 모기는 해충? 진실은?’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 교수는 러브버그의 생물학적 특성부터 국내에서 피해를 주기 시작한 시점, 익충 혹은 해충 여부 등에 대해 소개했다.
◆러브버그, 2015년 처음으로 韓 유입 추정…혐오감 주는 ‘해충’이라 할 여지 있어
김 교수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붉은등우단털파리’라는 한국의 공식 명칭처럼 파리목에 속한다. 러브버그를 비롯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파리와 모기 등이 모두 파리목에 속한다. 특히 러브버그는 더듬이(안테나)의 형태가 모기처럼 길쭉하게 튀어나와 있어 모기와 진화적 근연관계가 더 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러브버그가 속한 우단털파리(plecia) 속 곤충이 총 4종이 존재하고 있다. 기존에 3종이었던 것이 러브버그가 유입되면서 4종으로 늘어났다.
러브버그는 당초 중국,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에 분포하는 생물이다. 현재까지 추정에 따르면 2015년 인천 항만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유입됐고, 2018년에 정착하기 시작해 2020년대 들어 대발생까지 이어지게 됐다. 특히 서울대학교 연구진 연구에 따르면 2022년 북한산 인근에서 온도나 환경 조건 등이 맞으며 급격하게 개체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러브버그는 익충일까 해충일까. 김 교수는 러브버그를 보는 기준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원론적 얘기를 하면 어떤 종이든 각각의 생태적 지위가 있다. 러브버그의 경우 유충은 낙엽 등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화분(꽃가루) 매개 등을 해서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익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해충의 원론적 얘기를 하면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곤충이다. 농산물을 해치거나 모기처럼 우리에게 병을 옮기는 곤충 등은 명확히 해충이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명확한 피해를 주지 않는 곤충들이 있는데, 이들은 ‘뉴슨스(Nuisance)’라고 지칭한다. 질병매개 등과 상관 없이 불쾌감·불결함·혐오감 등을 주는 곤충으로, 일종의 불쾌곤충이라고 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최근 러브버그에 대한 인식이 해충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고, 올해처럼 많이 발생하면 해충이라고 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엔 러브버그 더 발생할 가능성…국내 생태계서도 천적 등장 기대
러브버그가 내년에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현재는 서울 은평구를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충청권이나 경기·강원권으로도 더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올해 성충들이 얼만큼 퍼져나가서 알을 얼마나 낳았고, 부화는 얼마나 성공하고, 또 겨울에 (유충들이) 얼마나 생존할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러브버그 방제 방법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살충제 대량 방제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사실 권하고 싶진 않다. 당장은 살충제로 러브버그가 효과적으로 방제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환경에 대한 효과가 검증된 게 없어 부담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라며 “러브버그의 살충제 저항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아직은 러브버그가 만들어내는 해독효소와 살충제 저항성 간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집에 러브버그가 나타나 정말 급하게 방제가 필요할 때는 집에 있는 모기약을 꺼내서 뿌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모기와 근연관계가 상당히 깊기 때문”이라며 “또 러브버그를 물을 뿌려서 방제했을 경우 죽은 사체에서도 알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기와 비슷한 만큼 기피제를 뿌려 러브버그가 몸에 달라붙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도 안내했다.
김 교수는 국내 생태계에서도 러브버그에 대한 천적이 점차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숲속 곳곳에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들을 언급했다. 러브버그가 맛이 없어서 천적들이 먹이로 보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같은 거미들은 그와 관계없이 거미줄로 먹잇감을 감아 체액을 빨아먹는 등의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천적과 관련해서는 “기존 우리나라에 있던 우단털파리 3종에 대해서도 분명 천적이 있을텐데, 러브버그는 종이 다르다보니 지금은 직접적으로 천적의 역할을 못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 점점 적응을 하면 천적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는 훨씬 더 다양한 생물군들이 존재할 수 있어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토크라운지에서는 러브버그뿐만 아니라 김주현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가 모기의 종류, 개체별 특징, 감염병 대응 방안, 생활 속 기피법 등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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