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육계 한우물’로 국내 대표기업 성장… 완전 수직계열화로 ‘K-치킨’ 새 역사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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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을 향해]㈜체리부로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체리부로 본사 전경.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체리부로 본사 전경.


충북 진천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이제 대한민국 육계 및 식품 산업을 대표하는 거대한 성과로 결실을 맺었다. ㈜체리부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객과 함께하는 최고의 식생활 문화기업’이라는 비전하에 지난 34년간 묵묵히 걸어온 길이 이제 국내 육계 산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50세 늦깎이 창업에서 완전 수직계열화까지

체리부로 김인식 회장은 1991년 50세라는 늦은 나이에 과감한 창업을 결심했다.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성미생물연구소, 서울식품, 퓨리나코리아, 미원농장(현 팜스코) 등에서 20여 년간 축산업 전문성을 쌓았다. 미원그룹에서 도계장 부지 매각 지시를 받자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독립을 선택했다.

“퇴직금을 모두 털어 넣고 부족한 자금은 회사에 차용증을 써가며 맨몸으로 뛰어들었죠.” 육계 계열화 사업을 통해 축산 기술이 집약된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회사명 체리부로는 체리처럼 신선한 닭고기와 육계를 뜻하는 브로일러를 결합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최고 품질의 닭고기를 제공하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체리부로의 수직계열화는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1993년 도계장 준공을 시작으로 1995년 종계장과 부화장까지 준공하며 ‘품질관리는 병아리 때부터’라는 모토를 실현했다. 현재 가공공장 3개, 부화장 3개, 종계장 9개, 원종계장 3개를 갖춰 원종계부터 부화, 사육, 사료 제조, 도계, 가공, 유통에 이르는 완전한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특히 자체 사료 제조 시설을 갖춰 협력 농가에 고품질 사료를 공급하면서 병아리부터 출하까지 일관된 품질관리를 실현했다. 이는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최신 설비와 방역 시스템, 직영 농장 체제와 함께 체리부로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됐다.


2003년 AI 위기 극복… 기술혁신으로 업계 선도

창업 12년 만인 2003년 국내 최초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체리부로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음성과 천안 2개 부화장에서 부화 중인 종란 250만 개와 종계 4만 마리가 연쇄 살처분되면서 핵심 기반을 잃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협력 농가와 직원들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할 것을 호소했다.

특히 2003년 업계 최초로 출범시킨 농가협의회가 핵심 역할을 했다. 250여 협력 농가가 한마음으로 회사 재건에 나선 결과 법정관리에서 10년 분할상환 조건을 불과 2년 만에 완전 정상화시키는 기적을 이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체리부로는 본격적인 기술혁신에 나섰다. 최신 에어칠링 시스템을 도입해 닭고기를 4도 이하로 냉각하며 세균 증식을 원천 차단했다. 기존 워터칠링과 달리 공기로 온도를 낮춰 교차 오염을 방지하고 닭고기 본연의 맛과 영양을 보존하는 시스템이다.

2017년까지 종계농장·부화장·사료공장을 통합한 HACCP 인증을 획득해 원료 생산부터 최종 제품까지 전 과정 안전성을 보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21년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도축장’ 가금류 부문 발전상을 수상했다.

혁신적 성과 달성과 사업다각화로 시장 선도

체리부로의 혁신은 2019년 놀라운 성과로 입증됐다. 그해 4월 국내 최고 기록인 생산지수 449를 달성했다. 10년 전 축산 선진국 뉴질랜드의 440을 뛰어넘은 것이다.

국제적 인정도 받았다. 미국 아비아젠사의 제60차 ‘아비아젠 스쿨’에서 체리부로 임직원이 1등을 차지했다. 세계 육용 종계 생산량의 50∼60%를 점유한 글로벌 업체의 권위 있는 교육과정에서 거둔 성과다.

㈜체리부로 계열사 처갓집 본사 전경.
㈜체리부로 계열사 처갓집 본사 전경.
체리부로는 수직계열화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2002년 처갓집양념치킨을 인수, 2017년 체리푸드 설립을 통해 가공식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자체 브랜드 ‘추억의 옛날통닭’이 군 급식으로 인기를 얻으며 대형 유통업체 OEM까지 확대됐다.

전통 삼계탕
전통 삼계탕
레토르트 삼계탕은 2023년 110만 봉에서 2024년 170만 봉으로 목표를 올려 급성장을 이뤘다. 2020년 출시한 ‘화이트엔젤 푸아그라’는 친환경 사육 방식으로 윤리적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골든 텐더스틱
골든 텐더스틱

사파리 치킨 너겟
사파리 치킨 너겟

버팔로봉 460g
버팔로봉 460g

이 외에도 체리푸드에서는 치킨너겟, 텐더스틱, 함박스테이크, 버팔로 윙, 가라아게, 푸아그라, 각종 국탕류 등과 같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제품 역시 체리부로의 닭을 원료로 생산해 타사와 차별화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2001년부터 일본에 삼계탕 수출을 시작해 현재 대만 등 아시아권으로 확대하며 K-푸드 열풍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처갓집양념치킨의 글로벌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 대만 진출 이후 현재 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처갓집양념치킨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 FF 네트웍스와 마스터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고 말레이시아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쿠알라룸푸르 1호 매장은 연내 오픈 예정이다.

처갓집양념치킨의 해외 진출 성공 비결은 체리부로의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안정적인 원료육 공급 시스템을 현지에 적용하고 소스와 파우더 등을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본래 맛을 구현했다.

김 회장은 “대만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말레이시아 진출이 용이해졌으며 이러한 선순환 전략을 통해 동남아와 중동 국가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사회적 책임

체리부로는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9년 2만9800㎡ 규모의 감곡농장을 신축해 동물복지와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최적 사육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닭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첨단 시설이다.

‘공존, 공영, 상생’ 이념을 실천하는 사회 공헌도 활발하다. 농가협의회를 통한 상생 생태계 구축, 장애인의무고용률을 넘어서는 적극적 채용, 지역사회 소외계층 지원 등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천연 항생 물질 개발 등 사업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도계 제품은 ‘델리퀸’ 브랜드와 처갓집양념치킨 등 계열사를 통해 일반 소비자는 물론 아워홈, 한화푸디스 등 대형 케이터링 업체까지 공급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 회장은 “축산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체리부로 관련 모든 회사가 시너지를 내며 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책무”라고 밝혔다.

“축산업은 식량 주권 핵심… 정책 수립 등 정부 지원 절실”

김인식 체리부로 회장 인터뷰
국내 대표 육계기업 체리부로를 이끌고 있는 김인식 회장이 한국 축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정부 내 축산 전담 조직의 지속적 약화가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김 회장은 “농촌 지역에서 축산업이 갖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다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제한된 토지에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대표적 산업임에도 정책적 관심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목한 것은 농림축산식품부 내 축산 전문 인력의 급격한 감소다. 과거 축산정책국에서 축산정책관으로 격하된 데 이어 축산직 공무원 수도 현저히 줄어들면서 정책 수립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농식품부에 축산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축산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반면 방역 부문의 비중은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축산발전기금이 본래 목적인 산업 육성보다는 질병 발생 시 살처분 비용으로 전용되는 사례를 들며 “산업 발전보다는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사례를 통한 벤치마킹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네덜란드는 우리보다 훨씬 작은 국토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축산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육성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도시 중심부에 도축 시설이 있어도 국민적 합의하에 산업을 키워온 네덜란드나 강한 서풍으로 인한 악취 문제를 시설 현대화와 주민의 협조로 해결한 덴마크 사례 등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 회장이 강조한 것은 식량 주권 차원에서의 접근이다. “쌀의 경우 자급률 100% 달성을 국가 목표로 삼고 있는데 축산물도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한다”며 “수입에만 의존하다가는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가격 급등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축산업에 어려운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육류 소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축산업 육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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