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車 관세만 12.5%로 낮춰…철강은 50% 유지
철강업계 “미국 수요 있기 때문에 관세 무조건 낮춰야”
쿼터제 폐지하더라도 50% 관세 낮춰야 승산
50% 관세 유지되면 韓 철강 가격경쟁력 잃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7일(현지 시간) 12~15개 국가에 서한을 보내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협상을 마친 경우도 있다”며 “일부는 8일, 몇 국가는 9일 발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2025.07.07.[평택=뉴시스]
일본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체결하면서 철강에 붙는 50% 품목별 관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수출량을 제한하지만 관세는 없애주는 ‘쿼터제’ 부활을 기대했던 한국 철강업계는 한미 철강 관세 협상도 ‘시계제로’라고 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12.5%(기존 관세 포함 시 15%)로 낮추면서도 철강에 부과되는 50% 관세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 같은 미일간 협상 결과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 벨트’의 백인 남성 노동자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전통 제조업의 상징인 철강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수입산에 고율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대미 협상에서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과 자동차 수출 비중이 크고,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요구도 유사했다. 일본은 이를 위한 합작 법인(JV)을 미국 알래스카에 설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은 결과적으로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는데 그쳤다.
이에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이 50% 고율의 철강 관세를 유지하면 수출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분석한다. 25%에서 50%로 철강 관세가 인상된 후에는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한결 떨어졌다.
기존의 263만톤 쿼터가 ‘상한선’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한국 입장에선 부담이다. 무관세 쿼터는 폐지됐지만, 철강업계는 263만톤을 암묵적인 레드라인으로 본다.
관세 부담이 이처럼 다시 고조되며 철강 업계에선 “쿼터량을 줄이더라도 저관세 혜택을 받도록 협상하면 좋겠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이 주로 수출하는 고부가 가치 철강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철강 생산국 중에선 멕시코가 쿼터제 설정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재는 이런 관측마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일본도 철강 관세를 낮추는데 실패했고, 지금까지 철강 주요 생산국이 아닌 영국만 쿼터제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철강 제품은 50% 관세가 유지된다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고부가가치인 스페셜티 제품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을 미국으로 보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경제 협력과 안보 분야에서 함께 결론을 내는 ‘패키지딜’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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