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편의점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23일 오전 10시경 서울 강서구의 한 주민센터에는 이른 아침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신청하기 위한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만난 한 어르신은 “요즘 밖에서 밥 먹으려면 너무 비싸지 않느냐. 맨날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었는데 모처럼 밥도 사먹고 장도 보려고 한다”며 소비쿠폰 사용 계획을 전했다.
지난 21일부터 1차 신청을 받고 있는 소비쿠폰은 식당이나 슈퍼, 안경점, 미용실 등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인 매장에서 쓸 수 있다. 편의점이나 카페의 경우에도 가맹점이라면 사용 가능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빵집에서 소비자들이 빵을 구매하고 있다. 이곳은 소비쿠폰이 사용 가능한 곳이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업계에서는 식당이나 편의점 등 먹거리와 관련된 업종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비쿠폰이 풀리기 시작한 지난 22일 편의점에선 먹거리 위주로 소비가 늘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전날 편의점 GS25에서 국산 우육 매출은 직전 달 같은 요일(6월 24일) 대비 178.4% 급증했다. 이어 계육(134.1%), 국산 돈육(118.5%) 등 정육류가 매출 증가율 상위를 차지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는 간편식 카테고리 매출이 2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김밥(35.8%), 샌드위치(29.7%), 도시락(23.1%) 등 품목 매출이 늘었다. 최근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외식 물가가 높아지면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소비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 간편식을 많이 찾은 모양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 중인 김환성 씨(34)는 “평소 쓰던 카드로 소비쿠폰을 받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편의점에서 결제했더니 소비쿠폰이 사용됐다”며 “받고 난 후에 어디에 쓸지 고민하려고 했는데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식비로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안경점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소비쿠폰을 받은 김에 구매단가가 높은 안경이나 렌즈를 구입하거나 미용실 시술을 받고자 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구의 한 안경점 점주는 “아직 실제로 소비쿠폰을 사용한 분은 없었지만 여러 차례 문의를 받았다”며 “코로나 재난지원금 당시에 매출 상승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서구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소비쿠폰 발급을 앞두고 문의 전화가 열통은 넘게 왔다. 소비쿠폰을 쓰기 위해 주말 피크타임 예약을 취소하고 옮긴 손님도 있었다”며 “손님들이 소비쿠폰을 사용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카드결제기까지 교체했다.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1차 소비쿠폰은 1인당 기본 15만원으로 소득계층·지역에 따라 최대 45만원까지 제공된다.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선불카드, 지역상품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신청은 9월 12일 오후 6시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되며, 첫주 평일은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요일제로 운영된다. 26일부터는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날 자정 기준 1428만6084명이 신청을 마쳤다. 이는 전체 지급대상자 5060만7067명의 28.2%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지급된 금액은 약 2조5860억 원이다.
2차 소비쿠폰은 오는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지급될 예정이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에게 1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1·2차 소비쿠폰은 올해 11월 30일까지 사용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