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해 매일 약 3만 평 규모 작업장을 자율주행 기반으로 점검한다. 사진은 ‘공장 순찰’ 로봇을 생성형 인공지능(AI)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이미지.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기업의 안전 경영에서도 인공지능(AI)이나 로봇, 증강현실(VR) 등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석유·화학을 비롯해 반도체나 통신 등에도 폭넓게 활용되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은 AI나 로봇 등을 접목해 ‘스마트 팩토리’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안전 경영에도 고삐를 죈다는 목적이다.
위험 사업장 중심으로 AI·로봇 등 안전 경영 확산
석유·화학은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크고 인명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안전 경영과 관련해 AI 등 첨단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 AI 첨단회로(CC) TV를 도입해서 사업장 내에 잠재적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다. AI CCTV는 보행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일상적인 위험 사례부터 화재 발생, 경계 구역 침입 등 중대재해로 이어질 만한 사안에 대해 자동으로 감지해서 음성 안내와 알람을 제공한다.
에쓰-오일(S-OIL)은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안전 경영에 나섰다. 작업 위험성 평가(JSA) 모듈에 2800여 건의 표준 작업 위험성 평가 데이터를 비롯해서 과거 사고 사례나 부상 및 사망 위험 요인 등의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서 더욱 정밀하게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 향후 다른 모듈에도 AI 기술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VR 기술을 활용한 안전 경영에 나섰다. 충남 대산 공장에 세계 최초로 석유화학 맞춤형 안전체험센터를 설립했다. 여기에 ‘4D VR’ 영상체험관을 만들어서 실제 석유화학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사고를 직접 체험하고 상황별 대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반도체나 통신 등에서도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안전 경영이 확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부터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해 무인 순찰 체계를 구축했다. 매일 약 3만 평(약 9만9173㎡) 규모의 작업장을 자율주행 기반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상 온도를 확인하거나 가스 누출 확인, 육안 점검 등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SK텔레콤도 2023년 기지국 철탑 점검 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드론 점검 및 AI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계단과 승강기 내 위급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비전 AI 안전관리’ 솔루션을 새롭게 개발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SK AX는 지난 9일 2025년 산업안전보건 전문 세미나에서 AI 기반의 산업현장 안전·보건·환경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실제 현장에 적용 중인 AI 예측형 플랫폼을 비롯해서 자율비행 드론, 협동 로봇 시스템, AI 작업 위험성 평가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기업 관계자는 “안전 경영 강화를 위해 위험 사업장 중심으로 AI나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더 많은 기술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안전 경영 위해 로봇 투자 확대
미래 먹거리와 안전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위험 사업장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 관련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미국의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약 1조 원에 인수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미래 핵심 먹거리를 선점한다는 목적이 컸지만 자사의 공장 자동화에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만든 산업용 로봇을 투입고자 하는 의도도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를 비롯한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등에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스팟’이라는 사족보행 로봇을 도입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3500억 원을 투자해서 미국의 자율주행 로봇업체인 베어로보틱스의 최대 주주에 올랐다. 로봇업계에서는 LG전자가 베어로보틱스의 자율주행 기술을 스마트 팩토리에 접목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는 창원을 비롯해 미국 테네시 공장 등 전 세계 생산기지에 스마트 팩토리를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2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산업용 로봇 제조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35%가량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확보했고 LS일렉트릭도 스마트 팩토리 업체인 티라유텍에 250억 원을 투자하면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삼성물산도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국내 로봇 스타트업인 로보콘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철근을 로봇으로 절단하거나 성형한 뒤 자동으로 조립·용접까지 하는 자동화 솔루션을 보유한 업체로 올해 세계경제포럼 100대 기술 혁신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들이 로봇이나 AI 등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려가는 추세”라면서 “미래 사업을 선점하는 효과와 함께 자체 공장 등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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