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연기한 산업장관·통상본부장, 러트닉 하루 만에 다시 만나
산업부 ‘전권 대표’로 전면에…대미 투자·온플법 등 패키지 전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5.7.25. 뉴스1
상호 관세 발효 시한(8월 1일)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최종 담판에 ‘총력전’ 모드로 돌입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초 25일(현지시간) 예정됐던 귀국 일정을 미루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뉴욕 사저에서 2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틀 연속으로 이어지는 협상은 막판 조율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로도 해석돼, 한미 관세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 키맨으로 꼽히는 러트닉 장관과의 ‘사저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 직전 일본이 최종안을 조율했던 사례와 겹치며 국내 통상 당국이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 막판 전략 조율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25일)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러트닉 장관과의 미팅은 뉴욕 사저에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결과에 따라 통상 대책회의가 국내에서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현지 협상단은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을 양 축으로 제조업·에너지(러트닉 담당)와 농산물·디지털(그리어 담당)을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장관은 대규모 대미 투자, 전략 산업 협력, LNG 참여안 등 ‘패키지 딜’ 카드로 상호 관세 및 품목 관세 인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여 본부장은 쌀·쇠고기 등 농축산물 개방 범위 축소, 고정밀 지도 반출 및 온플법 관련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협상단을 통솔하는 산업부는 ‘전권 대표’로서 협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김 장관은 대통령의 전권을 위임받은 통상 협상 대표로, 실질적으로 협상을 지휘·감독하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 당초 경제부총리의 방미 불발로 외교·통상 라인의 협상력에 우려됐지만, 법적·실무적으로 통상 당국 단독 협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통상 당국이 전면에 나서면서 부담도 커졌다. 산업부는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고위급 접촉을 잇따라 이어가고 있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 미국으로 급파돼 에너지·산업 부처 인사들과 면담을 이어갔고, 여 본부장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정을 소화 중이다.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김 장관은 협상의 최전선에 섰다. 일본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8차례 이상 러트닉 장관과 만난 뒤 트럼프 면담까지 이어간 것과 달리, 김 장관은 이번 방미를 통해 첫 공식 협의를 마친 단계다.
김 장관은 재정관료와 민간 기업 경험을 두루 갖췄지만, 통상 현장 경험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노련한 미국 협상팀을 상대로 우리 측이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특히 일본이 신속하게 합의에 도달한 직후라는 점에서, 김 장관에게 돌아가는 협상의 무게는 큰 상황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협상 시한 연기 없이 타결’을 목표로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용범 실장은 “협상 시한은 8월 1일이며 연기를 전제로 하진 않고 있다”며 “국익 최우선이란 원칙 아래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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