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즘, 초개인화 안경 개척해
창업 6년 만에 100억 원 매출 성과
고객 맞춤형 기술로 韓 넘어 세계로
최근 브리즘의 서울 을지로 매장을 방문한 한 고객이 AI 기반 ‘Face Ruler’ 추천 시스템을 통해 어울리는 안경테를 추천받고 있다. 임재호 DBR 인턴 연구원
안경은 패션적 요소와 의학적 요소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야다. 아무리 예쁘고 내 얼굴에 잘 맞는 안경도 썼을 때 불편하거나 도수가 잘 안 맞아 어지러우면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 반대로 쓰기 편하고 잘 보여도 내 얼굴에 안 어울리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경은 개인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안경 산업은 효율성을 추구하며 핸드메이드에서 대량생산 체제로 급속히 전환했다. 표준화된 규격과 자동화된 생산 설비가 도입되면서 안경 가격은 크게 낮아졌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화는 사라졌다. 양산된 제품만 쓰다 보니 개인의 체형에 딱 맞지 않아 코는 눌리고, 귀 뒤는 조이고, 안경다리는 흘러내리는 등 불편함이 커졌다.
이런 불편이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안경 산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었다. 안경테는 다품종·초소량 생산 구조로 재고 관리가 어렵고 메탈 프레임 제작에는 20여 단계의 수작업이 필요해 자동화가 제한적이다. 개인 맞춤 제작을 시도하면 생산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결국 제조업체들은 표준화된 대량생산에 안주할 수밖에 없었다.
브리즘(Breezm)은 바로 이 구조적 한계를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돌파했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던 개인화 경험을 디지털 기술로 재현하면서 대량생산 체제와 유연하게 결합했다. 숱한 노력 끝에 3D 스캐닝을 통해 사람의 얼굴을 68개 랜드마크와 18개 핵심 치수로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얼굴형·피부 톤·스타일 선호도를 분석해 최적의 안경테를 추천해 주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또한 고해상도 3D 프린터와 체계화된 후공정으로 단 48시간 만에 제품을 완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브리즘을 운영하는 콥틱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월 2호(421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초개인화 안경 시대 개척
브리즘을 만든 박형진 콥틱 창업자가 맞춤형 안경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재호 DBR 인턴 연구원콥틱의 박형진 대표와 성우석 대표가 3D 프린팅 안경 제작에 뜻을 모은 것은 2015년이었다. 실제 창업을 하게 된 2017년까지 2년 동안 이들은 ‘3D 프린팅으로 안경을 제대로 제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안고 수많은 실험을 반복했다. 특히 3D 프린팅 특유의 미세 기공을 메우기 위해 다섯 단계의 독자적인 표면 처리법(탈지·세척→조연마→중연마→미세연마 & 염색→광택 마무리)을 고안해 100여 가지 색상을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염색 기술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성 대표는 “거의 모든 플라스틱용 염료를 써봤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염료의 핵심 성분을 분석하고 최적의 염색 기계와 공정을 찾아 나서야 했다”고 회고했다.
더 큰 문제는 광학 정밀도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내 역량을 총동원해 안경테의 브리지 위치, 코 패드의 각도·길이·두께를 얼굴 형태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하는 데 힘썼다. 렌즈 중심이 각 개인의 시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기술을 고안했고 마침내 초개인화 설계를 완성했다. 이처럼 2년간의 사전 연구와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이들은 비로소 ‘실제 팔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냈고 2017년 공식적으로 콥틱을 창업했다.
브리즘은 특히 고객 얼굴에 맞춘 ‘퍼스널 아이웨어’ 제작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창업 초기부터 얼굴 측정에 공을 들였다. 초기 고가의 3D 스캐너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한 ‘페이스 스캔 앱’을 자체 개발했고 인공지능(AI) 기반 ‘Face Ruler’ 추천 시스템으로 고객 얼굴 데이터에서 18가지 핵심 지표를 분석해 최적의 안경테를 추천한다. 이 시스템은 현재 고객의 73%가 선택할 만큼 높은 정확성을 보인다.
● 수직 통합 D2C 모델로 혁신 달성
브리즘은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한 ‘하이퍼 퍼스널라이제이션’ 전략을 펼쳤다. 매장은 100% 예약 방문제로 운영되며 3D 스캐닝, AI 추천, 가상 시착, 시력 검사 등 모든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고객 데이터는 생산 공장으로 전달돼 평균 8일 이내 맞춤형 안경을 완성한다. 설계부터 생산, 물류,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수직 통합형 D2C 모델로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고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숙련된 안경사가 고객의 세부적인 선호도와 습관을 반영한 최종 설계를 지원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제조 공정에 즉각 반영한다. 또한 안경사 평가를 객단가가 아닌 순고객추천지수(NPS)로 관리하며 고객 중심 서비스의 품질을 높였다. 브리즘의 NPS는 현재 68점으로 애플(50점대)을 넘어섰으며 6년간 누적 재구매율은 81.8%를 기록했다. 브리즘의 매출은 2021년 45억 원에서 2024년 108억 원으로 껑충 뛰었고 누적 투자액은 195억 원을 돌파했다.
● 뉴욕 매장 열고 글로벌 진출 가속화
브리즘은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 시장에서 개인 맞춤형 안경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2022년부터 뉴욕에서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2024년 4월 뉴욕 맨해튼에 첫 매장을 개점했고 지역 검안사 네트워크와 협력해 B2B 판매망도 구축했다. 검안사들은 브리즘의 얼굴 스캔 장비와 AI 추천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안경을 즉석에서 추천할 수 있게 됐다.
브리즘은 또한 2025년 하반기 모바일 앱을 출시해 온라인 주문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브리즘의 혁신 전략은 HBS(하버드비즈니스스쿨) 케이스스터디로 소개되는 등 미국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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