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실적 악화 뒤엔… “TV 바꿀 필요 있나” 꽁꽁 언 교체심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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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밀려 교체 수요 둔화
삼성-LG, 2분기 TV 매출도 ‘뚝’
글로벌 점유율도 中3사에 밀려
“HW 대신 SW로 수익원 전환”

직장인 박모 씨(35)는 지난해 말 이사하면서 기존에 쓰던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에어컨, 식기세척기 등을 한꺼번에 새 제품으로 교체했지만 TV만 바꾸지 않았다. 박 씨는 “세탁기와 건조기는 타워형, 일체형 등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나와서 바꿀 마음이 생겼다”면서도 “TV는 5년 전 모델이든 최근 모델이든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크게 없었다”고 전했다.

TV 교체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TV 교체가 앞당겨진 영향에다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고장이 나지 않는 한 새 제품 구매를 미루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한 미디어 소비가 일상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트렌드는 국내 전자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2분기(4∼6월) ‘어닝 쇼크’를 낸 LG전자는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MS사업본부(주로 TV·디스플레이 부문) 부진을 꼽았다. 27일 LG전자에 따르면 MS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액은 4조39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고, 영업손실 1917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LG전자는 “시장 수요 감소,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판가 인하 및 마케팅비 증가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며 “소비 심리, 하드웨어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낸 데에는 TV 관련 사업부의 부진이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서 TV를 주로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약 31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50억 원) 대비 1000억 원 이상 줄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올 5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국 TV 제조사가 부진한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벌이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3사의 TV 출하량 합산 점유율은 31%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16%)와 LG전자(10%) 등 한국 2사 합계 점유율을 앞섰다. 미국 시장에서는 미국 최대 유통 기업인 월마트가 저가 TV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월마트의 저가 TV 브랜드 ‘온 TV(onn TV)’는 출하량 기준 미국 2위 TV 브랜드가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드웨어 경쟁이 수익성 한계에 부딪히자 스마트TV 운영체제 고도화를 통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 운영체제 타이젠을 기반으로 한 광고 플랫폼과 스트리밍 서비스 ‘삼성TV플러스’를 운영하며 스마트TV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LG전자는 독자 개발한 스마트TV 운영체제인 웹OS에 2027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지난해 밝혔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억2000만 대 이상의 TV에 웹OS가 들어가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광고, 콘텐츠 수수료, 스트리밍 서비스 등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원을 전환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품질, 부가 서비스, 수리 편의성,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중국 TV 브랜드와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TV 교체 둔화#LG전자#삼성전자#중국 TV 브랜드#저가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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