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온전한 복귀’ 열흘 만에 ‘사상 최고 수주’…뉴삼성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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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7월 28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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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 22.8조 수주…창사 최초·최고 수주
이재용 회장 경영 복귀 후 첫 성과…‘재도약’ 발판 마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5.4.9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5.4.9 뉴스1
삼성전자(005930)가 23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대규모 공급계약을 따내면서 ‘적자 늪’에 허덕였던 파운드리 사업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은 직후 초대형 수주고를 올리면서 ‘뉴삼성’ 행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파운드리, 23조 ‘초대형 잭팟’…창사 첫 수주 공시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기업으로부터 22조7648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이달 24일부터 2033년 12월31일로 8년 장기 공급 계약이다. 계약 규모는 삼성전자 지난해 매출 300조8709억 원의 7.6%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고객사 이름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8년에 걸쳐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최첨단 ‘선단 공정’(2~3나노미터·㎚) 제품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 연말부터 2㎚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가 수주 공시(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를 띄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는 전년도 매출액의 5% 이상 규모의 계약을 맺으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연 매출은 300조 원으로 조건(15조 원 이상)에 부합하는 수주가 없었다.

23조 원 수주액은 삼성전자 역사를 통틀어 최고가이자, 한국 시장 전체로 봐도 전례를 찾기 힘든 대형 계약이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한국전력기술·한전KPS 등 기업들이 ‘팀 코리아’를 결성해 따냈던 체코 원전 수주액이 24조 원이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5.7.8 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5.7.8 뉴스1

‘글로벌 세일즈’ 나선 이재용…영입 ‘특급인재’도 기여

파운드리 수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에 온전히 복귀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뉴삼성’ 재건의 마중물이 됐다. 이 회장이 10년간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사이, 삼성전자는 ‘경영 공백’ 속에서 반도체 부진, 중국의 맹추격, 미국 관세 등 복합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경쟁력 회복은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최우선 숙제’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33년간 글로벌 D램 시장 왕좌를 지켜왔던 절대 강자였지만, 올 1분기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파운드리도 대만 TSMC의 독주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영업이익 4조 6000억 원을 잠정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55.9% 급감했는데,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파운드리 적자가 꼽혔었다. 시장에선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1조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올 상반기에만 중국·일본·미국 등 공개된 출장만 4차례 오르며 ‘글로벌 세일즈’를 직접 전개해 왔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3월 중국 출장길에 비야디(BYD) 등을 방문했는데, 이듬달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번 수주는 이 회장이 지시한 ‘인재 영입’의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TSMC 임원 출신인 마거릿 한 미주법인(DSA) 파운드리 총괄 부사장을 임명했다. 21년간 북미 비즈니스를 담당해 ‘수주 전문가’로 불리는 한 부사장은 이번 수주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역대 최고의 수주를 올려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수주 샘플이) 고객사 퀄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건 공정 및 수율의 큰 개선을 입증하는 의미”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수주 물량을 성공적으로 납품한다면 반등의 전기를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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