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여성 마스터 블렌더, 부나하벤의 철학을 말하다
논 피트 위스키, 아일라의 반항아 부나하벤의 매력
과학과 직관의 조화, 블렌딩과 캐스크 선택의 비밀
아일라섬의 자연이 빚어낸 부나하벤의 독특한 풍미
지속 가능성과 혁신, 부나하벤의 미래를 열다
줄리앤 페르난데스 부나하벤 마스터 블렌더(위스키의 풍미를 조합하는 전문가).
부나하벤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위스키의 풍미를 조합하는 전문가) 줄리앤 페르난데스는 1991년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지난 2020년 최연소 여성 마스터 블렌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임명 이후 5년간 마스터 블렌더로 활약했으며, 지난 주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앤스피릿쇼에 참가하기 위해 첫 방한 했다.
그녀는 위스키 제조에서 ‘정밀한 과학’과 ‘직관’의 균형을 본질로 강조했다. 법 의과학(Forensic Science, 과학기법으로 증거를 분석하는 학문)을 전공한 그는 위스키 블렌딩을 화학적인 조합과 인간의 오감이 결합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통해 아일라(Islay, 스코틀랜드 서부의 위스키 생산지로 유명한 섬) 위스키의 독창적인 브랜드 부나하벤의 철학과 제조공정,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부나하벤의 독특한 캐릭터… “논 피트로 풍부한 풍미 구현”
부나하벤 위스키.
부나하벤 위스키.부나하벤은 아일라 위스키 중 드물게 피트(Peat, 이탄, 위스키에 스모키한 향을 주는 토양 성분) 향이 강하지 않은 논 피트(피트를 사용하지 않은)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스는 “부나하벤의 언피티드 스타일은 아일라 위스키 중 독특한 반항아 같은 매력이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탄층의 영향을 받지 않는 증류소 인근 마거데일 강(Margadale River) 샘물을 사용해 부나하벤 12년과 18년에서 스모키함 없이 본연의 풍미를 살린다고 했다. “깨끗한 샘물 덕분에 위스키 본연의 풍부함과 구조감(맛과 향의 균형과 질감), 은은한 해양성(바다의 짠 내음과 같은 특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렌딩, “퍼즐 같은 과정에서 창의성 발휘”
줄리앤 페르난데스 부나하벤 마스터 블렌더가 코엑스 바앤스피릿쇼 행사에서 국내 부나하벤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페르난데스는 마스터 블렌더로서 다양한 표현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관성과 창의성의 균형을 가장 큰 도전으로 꼽았다. “모든 캐스크(숙성에 사용하는 나무통)는 고유한 지문을 가지고 있어 같은 종류라도 완전히 같지 않다”며, 블렌딩을 퍼즐 풀이에 비유했다. 그녀는 법 의과학 전공 배경을 살려 미묘한 단서들을 조합해 풍미라는 스토리로 위스키를 완성한다고 밝혔다.
아일라섬의 거친 자연환경이 부나하벤 위스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페르난데스는 “아일라의 짠 바닷바람과 습기가 숙성 과정에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아일라 해협 인근 숙성 창고는 해양성을 위스키에 잔잔히 불어넣으며, 장기 숙성 제품에서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캐스크 선택, “과학과 직관의 결합”
코엑스 바앤스피릿쇼 부나하벤 부스.
코엑스 바앤스피릿쇼 부나하벤 부스.캐스크 선택 과정에서 페르난데스는 과학과 직관의 조화를 강조했다. “캐스크와 원액의 궁합이 중요하다”며, 부나하벤의 우아하고 견과류 같은 풍미와 달콤함을 살리기 위해 올로로소 셰리(스페인 셰리 와인을 담았던 나무통) 캐스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버번 캐스크(미국 버번 위스키 숙성에 사용된 나무통)는 바닐라, 꿀, 감귤향을 더하며 다른 매력을 준다고도 했다. “나무의 영향력과 원액의 개성이 균형을 이뤄야 하며, 캐스크가 부나하벤의 특별함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초기 교훈, “디테일이 진실을 만든다”
페르난데스는 경력 초기에 겪은 품질 관리 세션에서의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이들이 지나친 캐스크 샘플에서 미세한 이상 향을 감지했던 순간, 작은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는 전공 배경에서 비롯된 사고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세심함과 열정이 그녀의 빠른 성장과 마스터 블렌더 자리로의 승진에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린 나이에 마스터 블렌더가 될 계획은 없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과 상상력을 겸비한 사고방식이 인정받았다”라고 말했다.
미래 트렌드와 혁신, “지속 가능성과 경험의 확장”
줄리앤 페르난데스 부나하벤 마스터 블렌더가 코엑스 바앤스피릿쇼 행사에서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그녀는 빠르게 변하는 위스키 트렌드 속에서 젊은 소비자층의 호기심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나하벤 증류소를 궁금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강조하며, 증류소를 직접 방문해 위스키를 느끼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2022년 가동된 바이오매스 시설(Biomass Plant, 유기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설비)을 언급하며, 연간 3500톤의 탄소 배출을 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은 화려함이 아니라 더 나은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통해 부나하벤이 전통과 혁신, 과학을 핵심으로 아일라섬의 자연을 중시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마스터 블렌더로 활약하는 그녀의 열정과 철학은 부나하벤 위스키가 앞으로도 독창적이고 품격 있는 행보를 이어갈 것을 확신하게 했다.
부나하벤 18년 시음.
부나하벤 판매 라인업.인터뷰 후 그녀가 블렌딩한 부나하벤 18년과 스튜라더를 시음해 보니 달콤한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의 특징이 그대로 느껴졌다. 두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46.3도로 고도수임에도 코를 찌르는 불쾌한 알코올 향 없이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인상적이었다. 국내 소비자의 셰리 위스키 선호도가 높은 만큼 셰리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부나하벤의 인기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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