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포비아]
적법 쟁의땐 노조에 손배청구 못해… 노란봉투법, 불법파업도 면책 우려
佛선 위헌… 英 등 노조 책임 인정
김영훈 “노봉법, 노사 대화촉진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핵심 조항을 놓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노사 간 힘의 균형이 어긋난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인 폭넓은 노동쟁의 개념과 정당한 쟁의행위의 경우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 제한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거나 대체근로를 허용해 사업장 ‘셧다운’을 막는 등 경영계의 방어권도 보장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
● 해외선 경영 방어권도 보장
환노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 2조 5호에서는 ‘노동쟁의’의 범위를 현행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확대했다. 사업주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를 넓혀 노동 3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도 쟁의행위 범위는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문제·정책 등에 관한 사항까지 파업권을 인정한다. 일본은 판례를 통해 인사나 경영권 등에 대한 쟁의행위도 인정한다. 미국은 ‘임금, 근로 시간 및 기타 조건, 협약 교섭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분쟁’을 정당한 쟁의행위로 본다.
다만 이들 나라는 사업주 방어권도 보장하면서 노사 간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게 경영계의 설명이다. 독일, 미국, 프랑스는 쟁의행위 시 사업장 점거는 금지한다. 독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는 쟁의행위가 벌어지면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손해배상 면책 범위를 규정한 노조법 개정안 3조 내용 중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에서 노조와 근로자의 책임을 면책하는 사례는 미국, 독일, 프랑스 판례에도 있다. 하지만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까지 사업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환노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 3조는 사용자가 ‘그 밖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제한한다. 이 의미가 불분명하다 보니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1982년 불법행위 책임을 제한하는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헌법위원회가 위헌이라고 규정하면서 시행되지 못했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개인과 노조 모두가 책임을 진다. 영국은 개인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노조는 규모에 따라 부담하는 최대 배상액이 다르다. 조합원 수가 5000명 미만이면 최대 4만 파운드(약 7428만 원), 조합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 최대 100만 파운드(약 18억5686만 원)까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고용부 장관 “노란봉투법, 진짜 성장법”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사 대화 촉진법이자 상생의 법”이라며 “현장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용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함께 지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하청 노동자는 원청의 사업장에서, 원청을 위해, 원청 노동자와 함께 일하면서도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원청과는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노사 간 자율적 대화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 시행 시 하청업체 파업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노조법 2, 3조가 개정되지 않더라도 하청에 노조가 만들어지고 하청업체와 노사협상이 결렬되면 파업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더라도 모든 근로조건으로 원청에 가서 교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영계 우려대로) ‘365일 교섭한다’는 건 오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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