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공채 폐지, 경력직 수시 채용
20대 ‘쉬었음’ 인구 1년 넘게 늘어
지원할 일자리 줄자 스펙 쌓기 전념
전문가 “취업시장 이중구조가 문제”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로 취업하길 원하는 대학생 김모 씨(21)는 올 초 휴학을 결정했다. 졸업 후 괜찮은 곳에 취업을 하려면 그럴듯한 프로젝트 경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IT 업계에서는 취업자들이 완수한 프로젝트 경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알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입사 지원을 하기 전에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하는데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합격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 휴학을 더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최근 김 씨와 같은 20대 취업준비자가 늘고 있다. 고용 한파가 청년층을 덮치면서 지원할 일자리가 줄자 적극적인 구직 활동에 나서는 대신 스펙 쌓기에 전념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이다.
30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0대 취업준비자는 4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만1000여명 늘어난 수치다. 6월 기준 20대 취업준비자가 증가한 것은 4년 만이다. 지난해 1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던 20대 취업준비자는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늘고 있다.
기업에 입사 원서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20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취업준비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위해 학원이나 기관에 다니거나 그 외에 취업 준비를 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최근 경기 부진에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더해지며 구직시장에서 밀려난 20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취업준비자는 노동시장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며 “그만큼 청년층이 당장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5만2000명 줄었다. 청년층이 주로 종사하는 제조업 취업자 역시 12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상태다. 현재 5대 그룹 중 삼성만 정기 공채를 유지 중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00대 대기업의 정기 공채 비중은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시 채용은 45.6%에서 48.3%로 늘었다.
청년층이 지원할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20대 청년 39만6000명이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쉰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39만5000명)보다 그 규모가 커졌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5월부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1년 전과 비교해 0.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청년들의 경제활동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취업준비자들이 구직시장에 들어와 취업자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대기업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큰 규모의 기업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더라도 단계적으로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직 사다리’가 잘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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