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월세 70만원 시대…고시원으로 내몰리는 대학생들

  • 뉴시스(신문)

코멘트

서울 원룸 평균 월세 72만원…대학가도 60만원 넘어
기숙사·공공임대 부족에 고시원·코리빙 등 대안 주거로 이동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의 하숙집이 보이고 있다.  서울 대학가 인근 원룸 월세가 꾸준히 오르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식사가 제공되는 하숙집이 가성비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2025.03.05. 20 서울=뉴시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의 하숙집이 보이고 있다. 서울 대학가 인근 원룸 월세가 꾸준히 오르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식사가 제공되는 하숙집이 가성비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2025.03.05. 20 서울=뉴시스
“방 안에 화장실이 있어 습하고 하수구 냄새도 종종 났지만, 신촌에서 월세 50만 원이면 감지덕지죠.”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조모(20·여)씨는 최근 신촌의 한 여성 전용 고시원에서 두 달간 생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학교와의 접근성과 안전성을 고려해 고시원을 택했지만 “고시원 특성상 한 층에 많은 인원이 거주해 방음이 잘 안 되고, 공용 공간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기숙사처럼 독립적이지 못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조씨는 “방이 1~2평 정도로 매우 좁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지만 월세 5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큰 메리트”라며 “보증금 10만원을 걸고 2개월 이상 거주해야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 생활 만족도가 너무 낮아 1년 거주를 포기하고 보증금도 받지 못한 채 나왔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원룸 월세…고시원·하숙·셰어하우스 대체 주거로 눈 돌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가 평균 60만원을 넘어서면서 2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이 대체 거주 형태로 내몰리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와 전세사기 공포 속에서 전통적 주거 형태를 벗어나 대안을 찾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보증금 부담을 줄이고 유연한 계약이 가능한 단기 임대, 커뮤니티 공간이 확보된 코리빙 하우스, 식사가 제공되는 하숙집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 중구에 거주하던 박모(23·여)씨는 서울 서대문구 소재 대학가까지 왕복 4시간 30분 통학하는 ‘지옥철’ 생활을 2년간 이어가다 하숙집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보증금 45만원에 월세 55만원으로 식사까지 제공되는 조건이었다. 박씨는 “각 방을 써 개인 공간이 보장되고 밥을 챙겨 먹기 어려울 때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대학에 다니는 이모(23)씨는 수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단기 임대를 선택했다. 방학마다 전남 목포시에 위치한 본가로 내려가 1년에 4개월가량 거주하지 않는데도 월세를 계속 내야 하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씨는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필요한 기간만큼 유연하게 계약할 수 있고 즉시 입주도 가능해 단기 임대가 편리했다”고 설명했다.

방이 여러 개인 아파트 등에서 방 한 칸을 개인 공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타인과 공유하는 개념의 셰어하우스도 주요 대안 중 하나다. 기숙사 추첨에서 탈락한 마포구 거주 대학생 전모(22·여)씨는 방 4개짜리 아파트 셰어하우스에 입주했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45만원 조건이었다. 전씨는 “기숙사 3인실보다 독립된 방이 있어 좋았고 주방 등 시설도 편리했다”면서도 “밤늦게 통화하거나 소리를 낼 때 눈치를 보게 되고, 화장실이 1개뿐이라 씻는 시간을 조율해야 하는 점은 불편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코리빙 하우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대문구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윤모(22·여)씨도 현재 신촌의 한 코리빙 하우스에 거주 중이다. 해당 공간은 1인실과 3인실로 구성돼 있다. 도서관·영화관·피트니스룸·야외 테라스 등 10여 종의 공용 시설을 갖췄다. 보증금은 500만원, 월세는 60만원 수준이다.

윤씨는 “대학 동기가 당근마켓에서 집을 구하려다 허위 매물에 속아 계약금 200만원을 날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감을 느꼈다”라며 “학교와 가깝고 교통도 편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청년 주거 불안, 수도권 집중과 정책 한계 겹쳐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발표한 ‘5월 다방여지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용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72만원으로, 전달보다 6.0% 올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이다.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1841만원으로, 4월 대비 2.8% 상승했다.

특히 대학가가 밀집한 성동구·동작구·중구 등도 서울 평균보다 높은 월세 수준을 기록했다. 성동구는 평균 81만원(112%), 동작구는 80만원(110%), 중구는 77만원(107%)으로 집계됐다.

이보다 앞선 올해 1월 다방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 월세와 관리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60만9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월세는 6.1%, 관리비는 8.1% 상승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주거 불안정이 수도권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김근태 고려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는 “청년 1인가구 밀집지역은 침수 위험이나 범죄 취약성도 높아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며 “서울에 집값은 높고 공공주택은 외곽에 몰려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 청년들이 서울로 상경해도 기숙사 등 수용 인프라가 부족해 고시원이나 단기 임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청년층을 위한 주택 공급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황영재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엔 임대인들이 집값 상승만 기대했지만 지금은 세금·대출 규제로 임대 공급이 줄면서 월세가 급등했다”며 “청년이 수용 가능한 가격대의 실질적 공공임대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상곤 문화개선연구소장은 “역세권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해 실질적 수요층인 청년에게 공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조건 제한 없이 장기 거주가 가능한 형태로 설계돼야 저출생 등 사회문제도 함께 풀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