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마감 시황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로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80원 오른 1402.80원을 나타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실망한 코스피가 4%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발 관세전쟁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쑥대밭이 됐던 4월 7일(―5.57%) 이후 최대 낙폭이다. 강(强)달러에 외국인의 투매가 더해지며 원-달러 환율도 5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넘겼다.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6.03포인트(3.88%) 하락한 3,119.4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2.45포인트(4.03%) 급락한 772.79로 마감하며 800 선이 깨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4월 7일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당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중국, 유럽연합(EU)이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2020년 3월 팬데믹 쇼크 이후 최악의 폭락장을 연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며 지수가 급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대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자동차 관세가 기대에 못 미치며 현대차, 기아 등이 이틀 연속 하락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주가가 관세 협상 직후 14% 넘게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전날 장 마감 후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한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거래세를 인상하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도 최고세율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책정됐다. 한국투자증권 박기훈 연구원은 “새 정부가 증시 활성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와 달리 투자자 세액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발표하며 실망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66%)와 대만 자취안지수(―0.46%) 등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대미 상호관세율 20%를 통보받은 대만보다 한국 증시가 더 크게 떨어진 것은 국내 요인이 그만큼 크게 작용했다는 방증이다.
견조한 미국 경제 지표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외국인의 투매가 더해지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4.4원 오른 1401.4원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를 마쳤다. 주간거래 종가가 1400원을 넘긴 건 5월 14일(1420.2원)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