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폭증’ 일단 진정세…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안정화
당국 “강남 3구 중심, 대출 승인 줄어”…은행도 ‘자율 규제’ 강화
정부의 6·27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관망세가 지속되는 등 수요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5주 연속 축소됐다.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주(지난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2% 상승했다. 전주(0.16%)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 6·27 대출규제 발표 직후인 6월 5주부터 5주째 상승폭을 줄여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2025.7.31/뉴스1
지난달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승인 금액이 전달보다 8%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27 대출 규제’를 촉발한 수도권 중심의 대출 급증세가 일단 진정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승인액은 총 11조 67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10조 7023억 원)보다 약 8.3% 감소한 수치다. 거의 1조 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주담대 승인액은 소비자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후 심사를 통과해 실제로 승인받은 금액을 뜻한다. 통상 대출 수요는 잔액 기준으로 파악하지만, 잔액에는 신규 대출과 만기 상환이 모두 포함돼 있어 실제 시장 수요를 가늠하는 데는 승인액이 더 유의미한 지표로 평가된다.
다만 금융권은 규제 효과가 본격 반영되기 전으로 본다. 통상 주담대는 신청부터 승인까지 약 한 달가량 걸리는데, 대출 규제 시행 이전에 접수된 신청이 7월 승인분에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6월 중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가 몰렸다”며 “6·27 대책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발표 당일 대출 신청 건수가 평소보다 급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강남 3구 중심, 대출 승인 줄어”
금융당국은 ‘6·27 대출 규제’와 ‘스트레스 DSR 3단계’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8월부터는 규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주담대 승인액이 더 뚜렷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6월 4주 0.40%에서 7월 3주 0.1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강남은 0.73%에서 0.14%로, 마포는 0.85%에서 0.11%로, 성동은 0.89%에서 0.37%로 상승폭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이는 수도권 신규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규제가 서울 내 상급지를 중심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대출 승인이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거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은행권도 자체 규제 강화…“대출 총량 지켜야”
은행권도 자체적으로 대출 관리에 나섰다. 정부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전년 대비 50% 축소하면서, 이를 맞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 기존에 규제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에만 적용하던 ‘LTV 30%’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적용했다. 주택 임대·매매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려는 취지다. 농협은행 역시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며, SC제일은행은 오는 9월까지 비대면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실제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마저 자금조달이 어려운 ‘대출 절벽’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25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서민과 실수요자에 대한 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금융권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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