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 단지라 잔금도 빠듯…사실상 고액 자산가 청약 유리
전국 29개 단지·2만 699가구 분양…전년대비 58% 증가
8월 분양예정 물량 (직방 제공)
6·27 대출 규제 이후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단지인 ‘서울 잠실 르엘’이 이달 분양에 나선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시세보다 수억 원 저렴하게 공급되지만, 최대 6억 원까지만 가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때문에 사실상 ‘현금 부자’들의 청약 전쟁이 될 전망이다.
4일 직방에 따르면 8월 전국 29개 단지·2만 699가구(일반분양 1만 8925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1만 892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622가구) 대비 약 73% 늘었다. 전체 분양 물량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76%(1만 7544가구)에 달했다.
이달 분양 시장의 ‘핵심’은 단연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분양되는 ‘잠실 르엘’이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단지는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를 재건축한 사업으로, 지상 최고 35층, 13개 동, 총 1865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153가구에 불과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잠실르엘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분양가 대비 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 때문이다. 분양가는 3.3㎡(평)당 6000만 원대 초반으로 예상되며, 전용 74㎡ 기준 17억~18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용 74㎡(19층) 입주권이 5월 28억 82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10억 원 저렴한 수준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 대출 한도는 최대 6억 원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전용 74㎡ 물량에 청약하려면 최소 12억 원의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 무주택 실수요자보다는 고액 자산가 중심의 청약이 예상된다.
게다가 정부가 갭투자(전세 낀 매매) 차단을 막기 위해 도입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조치로 인해, 세입자를 받아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충당하는 방식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직방 관계자는 “잠실르엘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지만, 후분양 단지로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어서 잔금 마련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자금 계획을 보다 촘촘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경기도에서도 대규모 물량이 집중됐다. 구체적으로 △광명시 ‘철산역자이’ 2045가구 △안양시 ‘안양자이헤리티온’ 1716가구 △양주시 ‘지웰엘리움양주덕계역’ 1595가구 △오산시 ‘오산세교우미린레이크시티’ 1424가구 △의정부시 ‘탑석푸르지오파크7’ 935가구 △인천시 서구 ‘엘리프검단포레듀’ 669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8월 잠실 르엘을 포함해 수도권 분양시장이 현금 여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직방 관계자는 ”8월 분양시장은 6·27 대책의 여파 속에, 대출 여건과 자금 조달 구조에 따라 단지별 청약 성과가 엇갈릴 전망“이라며 ”고분양가이거나 자금 부담이 큰 단지는 청약 관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들도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분양 일정을 조정하거나 공급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며 ”당분간 신중한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수요자들은 입지·가격·브랜드·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며 선택적으로 청약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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