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50% 관세” 압박… 韓 바이오 기술수출 제동 우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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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 대대적 긴축 돌입
고관세-약가 인하 정책 예고되자… 의약품 생산시설 미국으로 옮기고
인원-R&D 감축 허리띠 졸라매… 韓 기술-물질 수출 기업들도 비상

미국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강한 반발에도 최고 250%에 달하는 고관세와 약가 인하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점쳐지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

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방송 CNBC에서 의약품에 대해 우선은 소규모 관세를 부과하지만 1년 6개월 내에 그 비율을 150%, 250%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의약품 관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관세 폭탄’ 예고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제 막 날개를 달기 시작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 행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비용 절감 나선 글로벌 제약사들

예상보다 강경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관세 대응을 위해 아일랜드 등 저세율 국가에 집중돼 있는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고, 중국 인도 등에서 수입하는 원료 의약품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많은 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인원을 감축하고 연구개발(R&D)비 등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세계 제약사 매출 3위인 미국 머크(MSD)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2027년 말까지 연간 30억 달러(약 4조 원)의 비용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틀 뒤인 31일에는 전체 인력의 8%에 해당하는 6000여 명의 인력을 줄인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 역시 같은 날 향후 2년간 15억 달러(약 2조 원)의 비용 절감 계획을 밝히고 전 세계 인력을 10%가량 감축한다고 밝혔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역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7월까지 6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정책을 두고 미국제약협회(PhaRMA)는 이 같은 조치가 “혁신 역량을 훼손시킬 것”이라며 R&D 투자를 포함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 韓 바이오, 조(兆) 단위 기술 수출에 제동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용 절감으로 성장 가도에 있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금을 투자해 새로운 기술이나 물질을 도입하는 데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에이비엘바이오는 약물의 뇌 투과율을 높이는 플랫폼 기술인 ‘그랩바디-B’를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기술이전한다며, 4조1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3월에는 알테오젠이 항암 치료제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인 ‘ALT-B4’를 아스트라제네카에 1조96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기술이전했다. RNA 치료제 개발 기업인 올릭스도 올해 2월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물질을 9100억 원대에 일라이릴리에 이전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 수출 비중이 큰 바이오 대기업들은 관세의 타격을, 소규모 혁신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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