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제안, 상사에게 채택되려면
CEO의 주의를 끄는 화법이 중요
구체적 경험과 회사 전략 연결해야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이 직원을 전략 수립에 참여시키는 개방형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고경영자(CEO)나 소수 경영진이 전략을 수립하는 하향식 방식을 채택했다면 최근에는 IBM, 지멘스, 스타벅스, 바클레이스 은행 등 기업들이 직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는 상향식 방식을 채택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포용적 전략은 종종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는다. 가장 큰 이유는 정작 직원들의 제안이 경영진의 주의를 끄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통 채널을 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말할 자리가 마련됐더라도 ‘진짜 들리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일반 직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경영진이 이해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실무자들은 현장 중심의 언어에 익숙한 반면에 경영진은 전사적 관점에서 ‘전략 언어’를 사용해 둘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디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경영진의 주의를 끌지 못하면 빛을 못 보고 사장된다.
이에 영국 옥스퍼드대, 스위스 취리히대 공동 연구진은 직원들이 어떤 화법을 써야 경영진의 주의를 효과적으로 끌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유럽의 대형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사례 연구를 수행하고, 40명의 중간·하위 직급 직원들이 20주간 CEO와 전략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과정을 심층 추적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직원은 CEO에게 실망감을 줬다. 상당수 아이디어가 CEO의 주의를 끄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는 아이디어 자체의 질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 즉 담화 역량의 부족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대개 자신의 현장 경험을 배제한 채 경영진이 자주 쓰는 말투와 주제, 용어를 흉내 내는 ‘미러링(Mirroring)’ 방식을 썼다. 그러다 보니 CEO는 ‘이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며 흥미를 잃었다. 또한 전사적 맥락과 연결하지 못하고 자신의 직무나 사업부 경험만을 상세히 설명하는 ‘국소화(Localizing)’ 방식도 흔했다. 아이디어가 회사 전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CEO들이 외면했다.
여러 가지 담화 역량 중 가장 효과적으로 CEO의 주의를 끈 것은 구체적인 업무 경험을 전사의 전략과 의미 있게 연결 지어 제안하는 ‘통합(Integrating)’ 방식이었다. 경영진이 관심을 보인 제안 대부분이 통합형 화법에서 나왔고 이는 실제 전략에도 반영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담화 역량이 경험과 관찰을 통해 학습됐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직접 CEO와 상호작용하는 ‘경험’과 다른 동료들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보는 ‘관찰’을 통해 전략 화법을 빠르게 익혔다. 특히 후반에 아이디어 제안 기회를 얻은 직원들은 앞선 동료들의 사례를 관찰함으로써 빠르게 말하는 방식을 수정했다.
연구진은 CEO의 피드백 방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조언보다는 구체적인 조언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어떻게 화법을 바꿔야 할지 상세하게 코칭할 경우 직원들의 학습이 가속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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