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배드뱅크 설립+교육세 인상+첨단산업펀드 출연’ 3중고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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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역대급 순익 거뒀지만
금융사 재원 이곳저곳 투입 압박
“십시일반 정책으로 경영 부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회사들이 ‘배드뱅크’ 설립, 교육세 인상에 이어 최근 정책펀드에 대한 출연 압박을 받으며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 상반기(1∼6월)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정책들이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재원을 이곳저곳에 투입하면서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고충이 크다고 호소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취약계층 빚 탕감 위한 배드뱅크 설립 △연 수익 1조 원 넘어서는 금융·보험사의 교육세 인상 △150조 원 규모 첨단산업펀드 조성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정책들은 금융회사의 경제적 부담을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금융회사들은 배드뱅크 자금을 부담하게 될 예정이다. 배드뱅크는 취약계층 113만여 명의 빚을 탕감해 줄 전문 기관이다.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장기연체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에 나선다. 정부는 8000억 원의 절반인 4000억 원을 민간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세율이 현행보다 2배로 뛸 교육세도 금융권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내년부터 수익이 1조 원을 넘어서는 금융·보험회사에 대한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권이 납부하고 있는 교육세는 약 2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1조3000억 원을 추가로 납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금융회사들은 정책 펀드까지 참여하도록 독려받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전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50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데, 상당 부분을 금융권 자금으로 충당할 방침을 세웠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도출된 대미투자펀드 출연도 금융회사들의 숙제가 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펀드에) 국내 민간 금융기업이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충분한 여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은 10조3254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이자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됐지만, 은행들은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금리를 덜 내리고 비이자 수익 부문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첨단산업펀드는 정부와 국책은행이 손실을 우선 분담하는 식으로 검토해 금융회사 부담을 크게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잇따른 ‘십시일반 정책’으로 경영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금융지주도 엄연한 주식회사이자 상장사”라며 “주주 가치 제고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정부 정책으로) 오히려 배당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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