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암을 조기 발견하고 AI 바이오마커로 암 치료제 개발을 도와 인류의 암 정복을 이루는 게 결국 최종 목표입니다.”
의료 AI 기업 루닛의 창업자인 백승욱 이사회 의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진부터 치료, 이후 재발 위험성을 낮추는 것까지 암 환자에게 AI가 기여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백 의장을 포함한 KAIST 힙합 동아리에서 만난 석박사생 6명이 2013년 의기투합해 창업한 루닛은 의료, 그중에서 암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암 중에서도 가장 발병률이 높은 폐암·유방암의 진단 AI(루닛 인사이트)와 환자의 항암치료제 반응을 예측하는 AI 플랫폼(루닛 스코프)을 개발해 냈다. 루닛 기술은 영상의학 전문의의 도움 없이도 폐암·유방암 신호를 97~99%의 정확도로 잡아내고, 각 환자에게 어떤 항암제의 어떤 성분이 효과가 있을지 예측한다.
이는 해외에서도 통하고 있다. 루닛인사이트를 도입한 의료기관 수는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65개국에서 1만 곳을 돌파했다. 지난달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차세대 의료 AI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해 인수한 글로벌 유방암 검진기업 볼파라 헬스케어를 통해 미국 중동 유럽 등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루닛의 최종 목표는 결국 ‘암 정복’이다. 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고, 환자의 특성에 맞는 치료제를 쓰면 생존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백 의장은 “AI를 활용하면 더 높은 정확도의 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며 “더 일찍 암을 발견할수록 비싼 항암제를 쓰지 않아도 돼 치료비가 전체적으로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루닛은 폐암 환자가 암 진단을 받기 3년 전 찍은 엑스레이를 판독해 암을 발견하기도 했다.
루닛은 해외 다수 국가의 암 검진 프로그램에도 활용되고 있다. 백 의장은 “AI 암 검진 솔루션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호주, 아이슬란드 등의 지역에서는 B2G(기업 정부 간 거래) 사업으로 국가 암 검진 프로젝트에 들어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AI 암 검진을 통한 효율화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는 늘어나는데 건강보험료 수입은 줄어들고 있다. 이제 의료 AI를 국가적 어젠다로 삼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루닛은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에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항암제 AI 바이오마커 솔루션 ‘루닛 스코프’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 등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5곳과 협업해 동반진단 제품을 개발 중이다. 동반진단이란 환자가 특정 치료제의 표적에 부합하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으로 근무 거점을 옮긴 백 의장은 올해 북미 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위해 GE 헬스케어, AWS 헬스케어 출신 영상의학 전문의인 크리스토퍼 오스틴 박사를 루닛 글로벌 메디컬 디렉터로 영입했다. 루닛은 미국 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의 창립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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