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원소자 더 작고 더 밝게”…기술로 中 따돌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2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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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TV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에 맞서 이전에 없던 최첨단 소자 기술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정점’으로 불리는 마이크로 RGB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중국과 차별화하는 기술력을 보였다.

●中보다 초미세 소자로 고화질 구현

삼성전자는 12일 언론 대상 행사를 열고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를 국내 출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에 대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TV”라며 “백라이트 기술을 획기적으로 바꿔 색 재현력과 명암 표현력을 대폭 향상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LCD TV 시장의 트렌드는 백라이트의 진화다. 백라이트는 TV 패널 뒤에서 빛을 쏘는 광원이다. 최종적으로 적녹청(RGB)으로 구성된 컬러필터를 거쳐 색을 표현한다. 기존 LCD TV는 백라이트가 백색 빛만 쐈다면 RGB TV는 소자 하나하나가 적녹청 빛을 각각 따로 쏠 수 있다. 빨강, 초록, 파랑 색상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더 뚜렷한 색 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종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조사 결과 색 재현율이 기존 LCD TV의 13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가 35% 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빛을 내는 광원 소자를 얼마나 더 작게 구현하는지가 기술력의 관건이다. 소자가 작을수록 빛을 더 촘촘하게 제어해 정밀한 색 표현이 가능해지고 화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자 크기가 1000μm(마이크로미터) 이상이면 일반 발광다이오드(LED)라고 하고 100~500μm는 미니 LED, 100μm 미만이면 마이크로 LED로 분류한다. 중국 하이센스가 올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116인치 RGB TV는 소자 크기가 100μm 이상으로 미니 LED다. 삼성전자의 RGB TV는 90μm다.

삼성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의 출고가는 4490만 원이다. 한국을 시작으로 다음 달 미국 등 판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앞으로 크기를 다양화해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술력 격차 유지가 관건

국내 전자업계는 ‘가성비’ 중국 제품에 맞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 중저가 TV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 세계 TV 시장 합산 점유율은 28.4%로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3사 합산 31.3%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한국 44.4%, 중국 26.1%로 아직 차이가 있다. 한국 업체들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판매한 결과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따라오는 게 문제다. 양국 TV 기업들의 매출 점유율 격차는 2021년 29.9%포인트에서 지난해 18.3%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RGB TV를 내놨다면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집중하고 있다. 올 초 출시한 4세대 OLED TV 패널은 업계 최고 수준인 4000nit(니트·1nit는 촛불 하나 밝기)를 구현했다. 지난해 내놓은 3세대 패널(3000nit)보다 성능이 33%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TV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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