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조의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하여 원청-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사진)이 12일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게 경영계의 우려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경총 직원들이 의원회관을 찾아가 의원실 298곳의 문을 하나하나 두드려 가며 직접 서한을 건넸다. 손 회장이 7월 31일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한번 노란봉투법 처리를 멈춰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손 회장은 서한에서 “(노란봉투법은) 원청기업을 하청기업 노사 관계의 당사자로 끌어들이고, 기업의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그러면서 국내 산업은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등 업종별 다단계 협업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 뒤 “노사 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 간 협의가 없어 안타깝다”고 적었다.
실제로 기업들 내부에서는 이미 혼란과 우려가 번지고 있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 기준이 불명확해 하청 노조가 ‘찔러보기’식으로 무분별한 쟁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하위 하청업체가 상위 하청업체와 원청업체까지 각 단계의 기업을 상대로 각각 쟁의를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금이나 운영에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공기업의 경우 해당 기관 노조가 ‘정부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이라며 정부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각 지역 교통공사 노조가 임금 인상 협상에 실패하면 지자체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 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노조가 강한 중소기업이 일감을 따내지 못해 고사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노조 활동을 못 하게 방해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애초에 노조 활동이 강한 회사와 계약하지 않는 것은 불법으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대체근로 허용이나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의 방어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노동권을 보장하면서 기업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1∼24일 본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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