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가 ‘국가대표 AI’ 톱5 이변?…NC AI의 비밀병기[테크챗]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6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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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국가대표 인공지능(AI)’ 을 가리는 진검 승부가 본격화됐다. 정부 지원을 받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5개 정예 팀(NC AI,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은 앞으로 2년간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 성능을 목표로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2026년 말이면 공개 평가 등을 통과한 톱2가 가려진다.

지난 4일 정부가 선정한 ‘톱5’ 가운데 업계의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곳은 NC AI였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NC AI가 카카오와 KT 등 유력 테크 기업과 통신사를 제치고 톱 5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NC AI는 이번 선정 결과를 ‘이변’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 14년간 뚝심 있게 AI에 투자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라는 자신감에서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김건수 NC AI 에이전틱AI랩 실장은 7일 경기도 성남시 NC 연구·개발(R&D)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AI 모델 연구부터 서비스 개발·운영까지 풀스택(전 과정)으로 해본 기업이 국내에 우리 외에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NC AI는 2023년 8월 바르코 LLM(거대 언어 모델)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바르코 시리즈를 개발해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AI인 ‘바르코 비전 2.0’을 출시하며 국내 최초로 게임사가 범용 AI를 산업계에 제공하는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김건수 NC AI 에이전틱AI랩 실장이 7일 경기도 성남시 NC 연구·개발(R&D)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NC AI 제공


NC AI 주관 컨소시엄이 톱5에 들었다. 카카오, KT 등이 떨어진 가운데 ‘게임사’로서 괄목할 성과를 냈다.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업계서도 ‘이정도로 준비했다고?’ 라고 놀랄 정도로 ‘그랜드 컨소시엄’을 꾸렸다. 국내외 AI 생태계 전체의 역량을 집결했다. 54개 산·학·연의 검증된 리더들이 힘을 합쳤다. 기초 연구-기술 응용-AI 서비스-글로벌 확산에 이르는 전 주기를 빈틈없이 구현할 수 있게 했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철저히 보안을 지켰던 우리만의 전략을 발표하는 순간, 압도적 규모를 보고 현장 관계자들도 놀라더라. 우리는 다양한 산업군의 1위 업체들과 손잡았고, AX(인공지능 전환) 사업을 하는 포스코DX 등 SI 업체들이 들어오며 확장성을 중점에 뒀다.”

서울대,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학계와 롯데이노베이트, 포스코DX 등 산업계 54개 사 및 기관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 ‘그랜드 컨소시엄’을 꾸렸다.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NC 기술력에 대한 믿음이다. NC AI는 지난 14년간 게임, 콘텐츠, 산업 AI 분야에서 꾸준히 기술을 축적해왔다. 우리의 기술력과 AI 개발 역사를 알고 신뢰하는 협업 파트너사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소버린AI’ 전략에서 핵심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소버린AI는 무엇일까 깊게 고민했다. 우리는 소버린AI가 한국의 산업 경쟁력 확산이라고 결론냈다.
소버린AI를 했을 때 국가를 보호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려면, 우리가 이미 잘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 AX를 하고 여기에 우리 파운데이션 모델이 들어가 AI 3대 강국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
이번에 사업 제안서를 쓰며 놀란 점은 AI로 전환하려는 기업은 많지만, 실제 전환 비율은 1%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

글로벌 진출을 위한 확장성을 염두에 뒀다고?
“아직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다른 국내 굴지의 SI업체들과도 손잡고 있다. 국내 산업의 글로벌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적 확장성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AX에 기여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게 하는 것도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도메인옵스 플랫폼’을 구축, 각 산업군에 특화된 AI 모델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글로벌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는 산업군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산업 특화 AI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을 뜻한다. 해외서도 제조업 AX가 필요한데, 우리가 만든 파운데이션 모델을 수출하면 글로벌 진출 교두보까지 마련할 수 있다.”

“골리앗과 다윗?
‘알고보면 NC AI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밀병기가 있었나?
“게임사가 확보한 멀티모달(텍스트·이미지·영상 등 복합 데이터 처리)기술이다. AI로 세계관을 학습해 마치 사람처럼 사용자와 소통하는 NPC(Non-Player Character·비플레이어캐릭터), 자동 번역, 음성 합성 등 그간 축적해온 기술들이 빛을 발했다.

물리 세계를 텍스트 정보로만 구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주변환경을 인지해야 하고 그 부분 데이터들이 충분히 갖춰져야 모델을 잘 만들 수 있다. 우리의 강점이 여기서 나온다. 멀티모달이 중요한데, 3D 애니메이션 등 기술이 종합적으로 구현된 것이 바로 게임이다. 게임 도메인을 연구하다보니 이 분야 경험이 쌓이고 고품질 학습데이터를 많이 구축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쌓아온 고품질 3D 애니메이션, 사운드, 음성 합성(TTS) 데이터를 핵심자산으로 국내 산업 현장에 맞는 멀티모달 상용 모델을 내놓을 역량을 키웠다.”

NC AI 제공


가장 처음부터 모델을 직접 구축하는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프롬스크래치 역량을 갖고 있느냐가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자체 역량이있어야 오류가 생기면 이를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프롬스크래치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국내에 별로 없다. 이미 공개된 모델을 변형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2022년 챗GPT가 공개될 때부터 돈이 많이 들고 어렵더라도 ‘프롬 스크래치’으로 시작하겠다고 결정했다. 그 성과로 자체 LLM ‘바르코 1.0’과 ‘2.0’을 차례로 출시할 수 있었다. ”

그랜드 컨소시엄 파트너사들이 요청하는 구체적 협업 프로젝트가 있나
“‘디지털 트윈’이 대표적이다. 실물 세계에서 하면 위험과 비용이 높은 분야들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자동차를 옮기는 로봇의 경우 자동차 밑판이 제각각 다르다. 일일이 다 시험하려면 높은 비용이 든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생각하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로 디지털트윈을 구현하면 관련 비용을 줄이고 시스템을 효율화할 수 있다.”

타깃하는 제조업 분야는?
“로봇 팔을 사용하는 분야를 타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컨소시엄에 HL로보틱스도 참여한다. 특히 철강, 이차전지 등을 시작으로 제조업 분야 AX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피지컬 AI’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빅테크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치열한 AI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 빅테크와 비교할 때 우리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빅테크는 벤치마크 위주로 그들의 강점을 어필한다. 그런데 실제 산업에 잘 적용되려면 산업 데이터가 많이 녹아 들어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데이터를 직접 구축해서 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도 산업 AX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려면, 제조업과 공공, 미디어 등 영역의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으로서 고품질 데이터가 많아 그 부분은 빅테크에 비해 유리하다고 본다. ”


#테크챗#게임사#인공지능#NC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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