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권위자 박지순 교수에게
‘노란봉투법 문제점’ 물어보니…
“해외기업 경영 리스크 피하려 韓 투자 꺼릴 가능성 대비해야”
박지순 교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표결을 미루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경영계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21일 문을 여는 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경영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해당 법안이 노사 갈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가운데 노동법이론실무학회 회장 등을 지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사진)를 만나 리스크 요인이 뭔지, 어떤 사회적 여파가 예상되는지를 들어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질적 지배력’이라고 하는 모호한 규정으로 사용자의 범위가 넓어져 교섭이 확대된다. 게다가 교섭 영역 역시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넘어 구조조정, 사업재편으로까지 가능해진다. 여기에 노조의 교섭이 불러올 피해에 대해서는 면책조항이 생겼다.
이 3가지가 맞물려 노사 갈등의 전장이 넓어질 것이고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커진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모든 원청은 하청 근로자가 요구하면 교섭에 나서야 하는 것인지, 어떤 조건의 원청이 교섭 의무를 지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고 너무나 거칠고 추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라고 하면 실질적 지배력이 정부에 있으니 모든 공공기관의 교섭장에 기획재정부 장관, 더 올라가 대통령이 등장해야 하는 것인가.”
―해외에도 유사한 법이 존재한다는데….
“유럽의 ‘공급망 실사법’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해당 법안은 대기업들에 거래하는 공급망 내 협력업체들이 노동기준을 지키고 있는지를 직접 체크하고 필요하면 실사하라는 법이다. 노란봉투법처럼 가서 교섭을 하라는 법은 아니다. 물론 원청-하청 간 갈등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대해서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가 현실성 있는 정책목표를 세우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정규직의 80% 수준까지는 인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사 간 로드맵을 짜서 오랫동안 논의를 진행해 왔다. 반면 ‘노란봉투법’은 노사한테 ‘교섭을 하든지, 싸우든지 알아서 하라’고 맡겨 버리는 무책임한 해법이다.”
―예상되는 리스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는 게 너무나 모호해서 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위원회가 다를 수 있고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분쟁이 확대 재생산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기업인들에게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줄 것이다.
해외 기업들이 바로 빠져나갈지는 모르겠으나, 고민하던 투자계획을 미루거나 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렇게 투자를 미루다가 엔화도 싼데 한국에 투자하지 않고 일본으로 가든지, 이런 ‘트리거’ 역할을 충분히 노란봉투법이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고심해서 나왔던 과거 판례들을 참고해 우리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 기준 등을 좀 더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노란봉투법’이 이 시장에 선한 영향력을 가져오게 만드는 게 이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적 시장주의에 더 맞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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