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비해 식량 안보 총력 기울여야[기고/홍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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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올여름 전국이 폭염과 폭우에 시달렸다. 극심한 무더위와 물폭탄이 이어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우리 생활 전반과 밥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더위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가 하면,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수산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응하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각론은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만이라도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책어젠다 7개를 만들어 기후위기 대응 실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aT가 52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식량안보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데는 이러한 절박한 현실 인식이 바탕에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는 일은 바로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상기후에 견딜 수 있는 신품종 개발이 중요하다. 공사는 우리 농산물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종합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신품종 개발부터 재배적지 발굴(생산·관리·유통), 수매, 실용화 등 전방위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다. 올 2월 농촌진흥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기후변화 배추 ‘하라듀’와 사과(아리수, 골든벨), 배(그린시스, 신화), 마늘(홍산) 등 신품종 생산·가공 시범사업이 대표 사례다.

농산물 저장 기술의 고도화도 필수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생산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보관과 유통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가 변해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를 비롯한 저온비축기지 구축에 힘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쌀 중심의 식량작물 체계를 쌀, 밀, 콩, 옥수수, 보리 등 5곡 육성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수입에 의존하는 밀과 콩을 전략작물로 육성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언제 식량위기가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식량 무기 시대를 맞이해 공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연이어 지난달 공사 사업현장을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13명의 물가대책TF 의원은 농수산물온라인도매시장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7명의 정책 분야 의원은 이천비축기지를 찾았다. 의원들이 농산물 온라인 유통현장과 비축현황을 직접 확인하면서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식량안보가 초당적 어젠다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이고, 식량위기는 곧 국가위기다. 기후위기 도미노가 덮치면 우리의 밥상뿐 아니라 국가의 안보도 위태로워진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식량안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국가성장 동력을 개발해야 할 때다. 농수산식품을 반도체와 함께하는 수출의 양날개로 만들어 대한민국의 식품 영토를 넓히는 데 공사가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위기에 대비해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출 강국으로 나아가자.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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