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서 ‘세계경제학자대회’
“세계 질서, 경쟁적 다극 체제로 재편
지경학적 현실 고려해야 하는 시대”
마테오 마조리
“세계 질서가 더욱 경쟁적인 다극 체제로 재편되면서 경제는 더 이상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닌 ‘국가 간 권력’의 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사흘째 열린 ‘2025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의 런치타임 세션에 참여한 마테오 마조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지리경제학’(지경학·Geoeconomics)이 중요한 주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학계에서는 지경학을 ‘경제를 무기 삼아 벌어지는 국가 간의 파워 게임을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지경학은 경제 정책을 안보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시장 논리보다 국가 차원의 전략을 중시하는 편이다. 올 1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사건이 지경학적 정책 결정의 대표적 사례다. 철강이 전략적 안보 자산이라는 이유로 동맹국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안을 미국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주도하고 있는 관세 전쟁도 지경학적 접근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조리 교수는 금융, 에너지, 제조업 등 주력 산업에서 필수 자원을 독차지하는 소수 국가인 이른바 ‘초크 포인트(Choke point·전략적 요충지)’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은 금융 서비스, 중국은 제조업에서 대표적인 (초크 포인트)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른 국가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 설계, 기업 경영 전략 등에서 지경학적 현실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헤수스 페르난데스빌라베르데헤수스 페르난데스빌라베르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패권국들이 경제적인 도구를 통해 외교·안보상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국들이 관세, 금융 제재, 자원 통제 등을 (안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했는데 경제적 대가를 요구할 때가 있다”며 “제재로 인한 편익과 경제적 비용을 균형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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