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237곳중 141곳 하향 조정
경제성장률 내년까지 2% 밑돌듯
수출 0.5% 감소 예상 등 최대 문제
기업 절반 이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2분기(4∼6월) 실적을 내놓았고, 3분기(7∼9월) 실적 전망치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순이익은 8%가량 줄어들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을 예상한 262개 기업 중 140개(53.4%)가 시장 전망을 밑도는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시장 전망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한 기업은 122개(46.6%)로 절반에 못 미쳤다.
반도체 부진이 이어진 삼성전자와 물류비와 관세의 영향으로 실적이 나빠진 LG전자 등이 증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철강 산업이 선전했지만 건설과 배터리 소재가 부진한 포스코홀딩스도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 기업 636곳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연결 재무제표 기준)는 53조3829억 원, 순이익은 39조6603억 원으로 각각 4.79%, 8.22%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감소한 것은 ‘반도체 겨울’이 한창이던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237개 기업(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전망) 중 141곳(59.5%)의 3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크게 낮아진 기업은 SK텔레콤으로 3개월 전 4953억 원 전망에서 579억 원으로 88.4%나 하향했다.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고객 보상 프로그램 등 후속 조치에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최근 증권사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담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상향 조정 중이지만, 여전히 3개월 전보다는 10% 이상 낮게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기업의 전망에는 관세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각각 3개월 전보다 영업이익 전망이 10.4%, 9.5% 하향 조정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에는 시장 전망보다 나은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지만, 15%의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면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 속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9%로 예상하며 올 1월 전망치(1.8%)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역(逆)성장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해 2년 연속 2% 하회를 공식화했다. 1953년 통계 집계 이래 실질 GDP 성장률이 2년 연속 2%를 하회한 적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 부진이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1.7%)와 건설투자(2.7%) 등 올해 부진했던 내수의 회복을 전망했지만,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수출이 0.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체감 경기가 통계로 발표되는 성장률보다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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