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방미길에 정현호·최성안·오세철 등 그룹 수뇌부 총출동
반도체 신·증설부터 군함 MRO·SMR까지…美 투자 확대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방미(訪美) 경제사절단에 그룹 조선·건설 계열사 경영진을 대동하면서 반도체 공장 신·증설부터 한미조선협력(MASGA), 소형모듈원전(SMR) 등 대규모 ‘투자 보따리’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준비한 ‘선물보따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따라 대미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삼성그룹이 추가로 얼마를 더 투자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HBM 퀄 통과 앞둔 삼성전자…美 공장 투자 늘리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동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2025.8.24/뉴스1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전날(24일) 한미정상회담 동행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과 최성안 삼성중공업(010140) 대표이사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대외협력실(GPA) 사장 등 그룹 수뇌부도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한미정상회담에선 관세 협상 타결 때 조성하기로 한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펀드와 별도로 국내 기업의 대미투자 규모가 발표될 예정이다. 방미 경제사절단에는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을 비롯해 반도체·배터리·조선·자동차·원전·전력·바이오·에너지·ICT·광물에 이르는 15개 기업인들이 포함됐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방미에 그룹의 전(全) 사업을 총괄하는 정현호 부회장은 물론 조선업을 담당하는 삼성중공업과 건설과 SMR 사업을 이끄는 삼성물산 경영진이 동행한 점에 주목한다. 당초 예상됐던 반도체 투자를 넘어선 전방위적 투자를 삼성그룹이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총 370억 달러(약 54조 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애플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냈는데, 업계에선 테일러 공장 투자 규모가 약 450조 원(61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 현지에 D램 공장을 신규 건설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HBM3E)와 HBM4(6세대)의 엔비디아 납품을 시도 중인데, HBM3E는 퀄 테스트 통과를 목전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애를 먹었던 HBM의 미국 판로가 뚫릴 경우, 현지 캐파(CAPA·생산 능력)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구글, 오픈AI, IBM 등 미국 빅테크 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재용 회장은 이 행사에서 IT거물들과 교류하며 예정됐거나 추가적인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重 미 군함 MRO·삼성물산 SMR 투자 확대 가능성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24일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동행을 위해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8.24 ⓒ News1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을 통해 미국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가속하거나, SMR 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한화·HD현대와 달리 특수선(방산)을 건조하지 않지만, 미 해군 함정의 MRO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의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사업개발팀 실무진이 최성안 부회장을 보좌해 미국 출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이 한화그룹처럼 미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는 ‘깜짝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미 조선 협력이 ‘군함 MRO 위탁’과 ‘미 조선소 인수·투자’, ‘미 군함 공동 건조’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미국 내 SMR 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2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와 회동했는데, 게이츠 이사장은 SMR 개발사인 테라파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자리에는 오세철 사장이 배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 협상 타결의 마중물을 ‘마스가 프로젝트’가 했다면 안보 분야에선 ‘한미 원전 협력’이 키가 될 수 있다”며 “삼성그룹을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만큼 전방위적인 투자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