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전반에 급속한 변화를 일으키면서 고용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올 6월 9~22일 미국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2783명 가운데 84%가 길어도 10년 내 자신의 일자리가 AI에 대체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들이 예상한 자신의 일자리 잔여 수명은 평균 2.3년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3%는 이미 소속 회사에서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경험했으며, 23%는 현재 감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를 경력별로 쪼개보면 경력 16년 이상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자리 잔여 수명을 2.0년으로 봤다. 경력 15년 이하에서는 모두 2.3년이라고 응답했다. 최근 AI로 인한 구조조정을 경험했다고 밝힌 마이크로소프트(MS) 소속 응답자는 “최근 조직의 의사결정을 보면 AI의 일자리 대체 시점이 우리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 소속 회사 가운데 일자리 수명을 짧게 예측한 곳은 미국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인 누타닉스(Nutanix)로 1.4년으로 예측했다. 이어 엔비디아 1.6년, 세일즈포스 1.7년, 구글 2.2년 등으로 나타났다.
빅테크가 몰려있는 미국에선 감원 칼바람이 이미 현실로 닥쳤다. 빅테크들은 소수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수백 수천억원의 보상을 제시하는 동시에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MS는 AI에 80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도, 올 들어 1만 5000명 감원에 나섰다. AI 개발사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간 AI가 모든 신입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급하게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WEF)는 올 7월 “AI 확산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약 1억 7000만개 창출되고, 일자리 9200만개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세계 기업의 77%는 기존 인력의 재교육 및 역량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47%의 기업은 AI로 인해 쇠퇴하는 직무의 인력을 조직 내 다른 역할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AI발 변화 속도에 비해 노동·교육 정책의 대응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최근 “현행 노동제도, 직업훈련 체계 등은 AI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로 심화될 수 있다”며 “AI 기초 역량 강화, 직무 전환, 사회안전망 등에 대한 전면적 재설계에 돌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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