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SK 3번 만난 빌 게이츠… ‘사회적 가치’ 공감대

  • 동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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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나 소형모듈원전(SMR)과 백신 등 에너지 및 바이오 사업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오른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SK그룹과 빌 게이츠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22일 출국할 때까지 짧은 일정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SK 인사들과 세 차례 만남을 가졌다. 빌 게이츠 측이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세 차례 만난 기업은 SK가 유일하다.

빌 게이츠이사장은 지난 2020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SK그룹의 백신 생산 능력을 강조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최태원 회장을 만나 백신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 기간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에서도 게이츠 이사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한국의 바이오산업을 극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SK와 빌 게이츠의 친밀한 관계에는 사업능력이나 역량 외에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라는 공통분모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경영 철학에 게이츠 이사장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이사장의 경우 오래 전부터 글로벌 사회문제 해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1990년대에 사재를 출연해 관련 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모두가 이익을 얻는 성장’을 목표로 저소득 국가나 지역을 위한 백신을 개발하거나 치료제를 보급하는 등 글로벌 보건 개선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빌 게이츠 이사장은 공익재단이 아닌 민간기업인 SK가 사회적 가치를 꾸준히 추진하고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놀라워했다”며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추진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 제도와 재무적 성과(Financial Value)·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영에 공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빌 게이츠 이사장은 SK가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 ‘성과 측정’을 중요하게 여긴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실제로 게이츠재단은 단순 기부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근거와 정량화된 성과에 기반해 ‘투자형 자선(venture philanthropy)’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구체적으로 게이츠재단은 실천이나 실행이 가능한 측정(actionable measurement)과 근거 중심 평가를 바타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과 이에 따른 보상’을 처음 제안했다. 2018년부터는 이를 경영에 도입해 매년 그룹 내 각 계열사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계량화해 발표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경제 간접 기여성과와 환경성과, 사회성과 등 3가지 분야에서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25조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강조했다.

SK그룹과 게이츠재단의 첫 협력은 지난 2013년에 성사됐다. 당시 게이츠재단 측이 SK케이칼(현 SK바이오사이언스)에 장티푸스 치료제 개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후 SK와 게이츠재단은 로타바이러스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게이츠재단 지원에 힘입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게이츠재단은 앞으로도 약 280조 달러(약 39경1104조 원)를 질병 퇴치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연간 500만 명 규모 아동 사망자를 200만 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연간 수백 만 명에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기업 백신 개발·생산 역량이 게이츠재단 업무에 유용한 셈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과 사회문제 해결 분야에서 SK그룹과 빌 게이츠의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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