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미포조선 전격 합병…‘마스가’ 대비해 몸집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7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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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위), HD현대미포(아래) 야드 전경. HD현대 제공
세계 1위(단일 조선소 수주량 기준) 조선사 HD현대중공업이 27일 계열사 HD현대미포조선과의 합병을 전격 발표하며 방산 분야에서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국내 대형 조선소 간 첫 통합으로, 미국의 대규모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와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날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양사는 27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향후 임시 주주총회와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올해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했다”며 “HD현대미포의 함정 건조 적합 도크와 설비, 인적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마스가 프로젝트 기회 선점

이번 합병 결정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꼽힌다. 급성장하는 중국의 조선업과 해양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젝트에 한국은 1500억 달러(약 210조 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이를 계기로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함정 시장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미포는 그동안 HD현대 계열의 중형선 전문 조선사로 연간 15척 규모의 석유화학운반선(PC) 건조 등을 전담해왔다. 이는 수천 총톤수(GT)에서 8만GT까지로 구성된 미 해군 함정의 선박 크기와 비슷하다. 다만 군함 등 특수선 제작을 해오고 있지 않아 장기적으로 미국 방산시장에 진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HD현대 관계자는 “지금까진 HD현대중공업만 특수선박 건조를 담당하는 전문 조직이 있었고, 실제 제작을 해왔는데 이번 합병으로 HD현대미포 생산 시설에서도 함정 건조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재 HD현대미포 4개 도크 중 일부는 특수선 제작에, 나머지는 상선에 쓰는 유연한 방식의 도크 운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제시한 방산 분야 2035년 연 매출 10조원 목표는 급성장하는 글로벌 함정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2133척, 약 3610억달러(504조533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해외 생산거점 확대로 경쟁력 강화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싱가포르에 투자법인을 설립해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과 HD현대중공업필리핀 등 해외 생산거점을 관리하면서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을 담당한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올해 7월 누계 기준 29척, 16억2000만달러의 수주 실적을 달성해 연간 목표 대비 320%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59척의 수주 잔량으로 약 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20여 척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합병에서 HD현대미포 주식 1주당 HD현대중공업 주식 0.4059146주가 배정된다.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는 “통합 HD현대중공업은 MASGA와 K-방산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고자 한다”면서 “우리가 가진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에 HD현대중공업이 축적해 온 방산 분야의 기술과 경험이 더해지면 함정 사업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의 합병 움직임과 함께 최근 국내 조선업계 전체가 미국 특수를 겨냥한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미국 한화필리조선소에 7조 원 상당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유지·보수·정비(MRO) 및 선박 공동 건조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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