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지산센터 ‘텅텅’…서울 한 달간 경매 ‘0건’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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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부동산 호황기에 대량 공급…2022년부터 하락세
지자체 ‘입주 업종 확대’ 추세…‘주택 용도 변경’도 대안

서울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역 인근 지식산업센터. 뉴스1
서울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역 인근 지식산업센터. 뉴스1
#.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한 지식산업센터(지산센터)는 지하철역에서 불과 5분 거리임에도 건물 40%가량이 비어 있었다. 1층에는 편의점과 식당, 카페가 들어섰지만 위층 사무실은 대부분 비어 있었고, 각 입구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일부 신축 지산센터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량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2020~2021년 부동산 호황기 동안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던 서울·수도권 지산센터가 지금은 대규모 공실 문제를 겪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는 매물이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이에 입주 업종을 확대하고 지식산업센터를 리모델링해 주택으로 용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부동산 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총 552건으로, 전년 동기(1010건) 대비 45.3% 감소했다.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2020년초 쏟아진 지산센터, 경매에서도 찬 밥

경매시장에서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올해 1~7월 전국에서 나온 지산센터 경매물량 1880건 중 382건만 매각돼 평균 낙찰율은 20.3%에 그쳤다.

수도권은 1426건 중 327건이 낙찰돼 23.0%, 서울은 203건 중 26건만 매각돼 12.8%였다. 4월에는 서울 내 20건이 모두 유찰되기도 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사업장과 근린생활·판매시설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집합 건축물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2020년대 초 대거 공급됐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며 수요가 줄어들었다.

‘지산센터 입주 업종 확대·리모델링 후 주택 용도 변경’ 대안 부상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입주 가능한 업종을 기존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종에서 통신판매업, 전문건설업 등으로 확대했다.

고양시는 회계·세무 등 서비스업을 포함해 약 30개 업종의 입주를 허용했으며, 서울 금천구는 건설업, 방송업, 스마트팜 등 총 9개 업종을 추가했다. 구로구는 건설업, 금융업, 법무·세무 전문서비스업 등 7개 업종을 확대했다.

주택 공급 부족을 고려해 공실로 남은 지식산업센터를 수리한 뒤 주택으로 용도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이달 5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공실기간이 1년 이상이고 공실률이 25% 이상인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일정 비율을 주거용이나 지원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창업 수요가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만큼, 지식산업센터의 용도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경매 물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 지식산업센터의 용도 전환은 빠른 시일 내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지산센터는 구분 소유자가 존재해 용도 변경이나 리모델링 결정을 내릴 때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빠른 실행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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