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합병에 공동 투쟁 나선 노조…노봉법 앞두고 강경 투쟁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31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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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2025.8.29 뉴스1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노동조합은 최근 양사의 합병 발표에 반발하며 공동 투쟁에 나섰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공동 성명을 통해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과 일방적 전환 배치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며 “합병 관련 세부 자료와 고용보장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4시간 부분파업에 이어 2일부터 사흘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과거 현대자동차 노조의 해외 생산 투자 반발 사례는 있지만, 조선업계에서 회사의 경영 판단에 대해 노조가 직접 투쟁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HD현대 소속 조선사 노조들의 이러한 강경 대응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노사관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31일 산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 중심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시켰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대폭 제한되면서 노조의 협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내년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조선업계 외 다른 업종에서도 선제적인 강경 투쟁이 시작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9월부터 연장근로와 주말 특근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조는 회사 측이 경영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제시한 8만7000원 인상안을 거부한 상태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이어온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 올해 깨질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것을 근거로 하청 노조들의 직접 교섭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현대제철 경영진 3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나온 첫 번째 원청 대상 집단 고소 사례다. 포스코 노조 또한 임금 7.7%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 측이 제시한 7만4000원 인상안을 거부하고 있다. 교섭은 20일 제17차 본교섭 이후 중단됐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로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노조는 창사 57년 만에 첫 파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또한 올해 제조업 임단협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노조가 임단협에서 고용 안정성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본사 결정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9월 1~3일 연속 파업을 예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국 제조업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노사정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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