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예산안 및 25~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5.08.29 세종=뉴시스
정부가 730조 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대 최대인 27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정작 중요한 이슈는 건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5년 후 나라빚이 18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나 ‘의무지출’ 등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분야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한 탓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국세와 연동되는 교육교부금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70조 원이 넘는 교육교부금 중 극히 일부인 2조1690억 원의 보통교부금(교육세분)을 1조7587억 원으로 4100억 원 삭감한 것이 전부다.
교육교부금은 중앙 정부가 각 지자체 교육청에 매년 지원하는 금액을 뜻한다.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 전체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한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교육청이 받아가는 교부금도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국재정정보원에 따르면 2020년 55조5000억 원이던 교육교부금은 지난해 68조9000억 원으로 불과 4년 만에 약 24% 이상 증가했다. 이마저도 2023년과 2024년 역대급 세수펑크가 발생한 영향으로 증가 속도가 조절된 결과다.
반면 초·중·고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세가 뚜렷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약 534만7000명이던 전국의 초중고교생은 지난해 513만2000명으로 20만 명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쓰지 못하고 남기는 교육교부금 잉여금도 쌓이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전국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기금에 쌓인 돈은 18조6975억 원 규모다. 교육비특별회계로 예산을 편성하는 전국 교육청은 여윳돈이 있으면 기금으로 적립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다. 전국 17개 교육청이 일종의 ‘쌈짓돈’으로 쌓아둔 금액이 20조 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2020년 2조8948억 원에서 불과 3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이처럼 지자체 교육청 ‘곳간’이 넘치고 있는데도 관련 구조개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근 예산안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지방재정이나 지방 교육재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돼 생산성을 높인다면 그런 부분도 효율화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그런 부분까지 재원을 구조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구직급여 등 의무지출도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담기지 않았다. 기재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2025년 365조 원에서 2029년 465조7000억 원으로 연 평균 6.3%, 약 100조 원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지자체들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반면, 지방 교육청 살림살이는 여유로운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교부금에 연동하는 내국세 비율 등의 개편이 시급하다”며 “의무지출의 경우 이미 제공하던 혜택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지출이라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재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29년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11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현재 만 7세 이하에서 8세 이하로 확대했는데, 이를 이후로도 1세씩 높여 2029년 만 11세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중교통비 경감을 위한 K-패스 제도도 정비한다.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월 최대 60회까지 대중교통비의 일정 비율(20∼53%)을 다음 달 돌려주는 서비스다. K-패스 가입자는 지난해 5월 출시 후 3달 뒤 200만 명을 넘겼고, 올해에는 300만 명을 훌쩍 넘긴 상태다. 정부는 K-패스 가입자를 2029년까지 5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K-패스 정액권과 어르신 유형(고령자 대상 환급률 상향)을 신설한다.
문화콘텐츠·식품 등의 지원에도 나선다. 문화콘텐츠 산업 매출 규모는 2023년 154조 원 수준에서 2029년 215조 원 수준으로, K-푸드 수출실적은 105억 달러에서 14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