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수익 원한다면, ‘자산 분산’ 말고 ‘자산 배분’ 관심 가져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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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올드&]
분산은 집중돼 있던 것을 흩는 것, 배분은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것
‘위험 6 대 안전 4’ 등 투자 기준 필요… 기준 없을땐 심리에 휘둘릴 수밖에
‘따분한 수익-짜릿한 손실’ 선택해야

“예전에는 주식을 좋아해서 주식만 했는데, 프라이빗뱅커(PB)가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도 권유해서 함께 투자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고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러한 고객들에게 이렇게 한마디 덧붙이곤 한다. “이제는 자산 분산 말고 자산 배분을 하셔야 합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이제는 당연한 상식이 됐다. 자산을 분산해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예전보다 고객의 포트폴리오가 많이 다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나 보유 자산이 많을수록 더욱 그렇다.

● 자산 분산과 자산 배분의 차이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자산 분산, 자산 배분 이 두 단어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단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분산(Diversification)은 집중돼 있던 것을 흩는 것을 의미하고, 배분(Allocation)은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자산 분산은 좋아 보이는 대상을 골라서 투자하다 보니 자산이 흩어진 것이다. 자산 배분은 자산을 배치하는 기준이 있다. 그 기준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다. 자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나 크게 분류하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위험자산은 주식과 같이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을 말한다. 안전자산은 채권과 같이 정해진 기간을 투자하면 약속된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변동성이 작은 자산을 말한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몇 대 몇으로 하라는 정답은 없다. 투자자의 위험 성향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에 그렇다. 보통 자산 배분을 논할 때 ‘위험 : 안전=6 : 4’를 기본으로 두긴 한다.

● 투자에 대한 기준 확립해야

기준이 없을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심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투자를 좀 해봤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투자의 성패가 마음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한다는 이치와는 정반대로 비쌀 때 사서 쌀 때 팔게 만드는 주범이 인간의 심리다. 상승장에서는 자신만 소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일명 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뒤늦게 동참한다. 손실 회피 심리 때문에 하락한 종목을 장기 보유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어본 투자자들이 많다. 위험자산의 비중을 주식 상승장에서는 높이고 하락장에서는 낮추는 게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지난해부터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며 현금화하고 있는데 주가는 꾸준히 고점을 높여가는 중이다. 타이밍을 정확히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좋다.

긴 흐름으로 보면 결국 자산의 가격은 고평가와 저평가를 반복하며 상승해왔다. 기준에 맞춰 리밸런싱(재조정)을 하기만 하면 고평가된 자산을 팔고, 저평가된 자산을 사는 효과가 있다. 올해의 상황만 복기해보자. 주식과 채권을 5 대 5로 배분하겠다고 마음먹은 투자자가 연초에 주식과 채권에 각각 5000만 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관세 이슈로 주가가 급락한 4월 초, 주식은 4000만 원이 되고, 채권은 5000만 원을 유지했다고 보자. 이 투자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때였다. 하지만 ‘5 대 5’ 기준을 확립한 투자자는 채권 500만 원을 팔아 주식 500만 원을 더 사야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어떤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 있다.

● 지수·종목 분산 투자하는 ‘핵심-위성 전략’ 추천

연초 이후 코스피는 상승했음에도 수익률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 투자를 종목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지수에 투자했을 때보다 종목으로 투자하면 변동성이 높다. 변동성이 높다고 꼭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을수록 심리에 휘둘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지수투자에 중심을 두고, 섹터 및 종목에 대한 비중은 분산해 일부만 투자하는 ‘핵심-위성(Core-Satellite) 전략’을 추천한다. 현재 가격은 모든 투자자의 생각이 모여 균형을 이룬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남들이 알지 못한 차별화된 혜안 없이 얻을 수 있는 초과수익은 이론적으로 0으로 수렴한다.

투자의 방식은 워낙 다양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부를 이룬 분들도 계시기에 어떤 방식이 최선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초보 투자자가 어떠한 노력 없이 감정에만 휘둘리는 잘못된 투자부터 시작하는 것은 막고 싶다. 변동성이 낮은 투자가 자산 배분의 기본임에도 초보 투자자들은 오히려 높은 변동성에서 느끼는 도파민을 추구한다. 변동성이 낮은 재미없는 투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줬음을 자본시장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따분한 안정적인 수익과 흥미진진한 손실 중에 어떤 것을 택할지는 투자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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