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질 지출액 다시 마이너스
식료품과 외식 물가 모두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가계의 먹거리 소비가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이상기후로 과채류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 수입 식재료마저 고물가 추이가 지속된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가구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명목)은 월평균 42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었다. 다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34만1100원으로 전년(34만4400원)보다 1.0% 감소했다. 먹거리 지출액 자체는 늘었지만 1년간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소비한 규모는 줄었다는 의미다. 먹거리 실질 지출액은 같은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2분기 이후 가장 적었다.
올해 2분기 먹거리 실질 지출액은 2023년 4분기(10∼12월) 이후 4개 분기 연속 줄어들다가 지난해 4분기(36만9700원) 1.8% 늘며 반등했다. 올 1분기(35만5700원)에도 0.4%로 사실상 동결 수준이다가 2분기에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다. 통계청은 “통상적으로 외식 소비가 늘어날 경우 식료품 소비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여파도 (실질지출 감소에) 일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료품 소비가 크게 줄었던 2022년 3분기(7∼9월)와 2023년 1분기(1∼3월) 음식·숙박 실질지출이 전년 대비 10%대 이상으로 늘었다. 다만 이번 2분기의 경우 음식·숙박 실질지출이 36만7500원으로 전년보다 0.1%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에 식재료는 물론이고 수입 원자재 등의 가격 인상으로 국내 식품기업이 줄줄이 식품 가격을 올리며 가계 소비가 둔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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