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중 1명은 외국인, ‘다문화 사회’ 진입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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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류 외국인 270만 명 육박… 늘어나는 외국인 특화 점포-서비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위기 해결책… 사회통합 고려한 체계적 접근 필요

현대그린푸드는 이슬람 근로자가 많은 국내 사업장 구내식당의 경우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메뉴를 편성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제공
현대그린푸드는 이슬람 근로자가 많은 국내 사업장 구내식당의 경우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메뉴를 편성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제공
지난해 9월 법무부에서 발표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8만9000여 명으로 한국 총인구의 5.2%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문화 사회’ 진입을 알리는 5%라는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적 변화가 아니다. 시장과 조직, 나아가 제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그 변화를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외국인 인구 5%는 한국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앞으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20명 중 1명은 외국인 소비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내수시장 축소로 고민하는 한국 기업들에 268만 명의 외국인 시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난해 9월 한국 총인구의 5.2%를 넘어선 가운데 기업들이 다문화 사회 진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유통업계 최초로 잠실점에 인공지능 통역 서비스를 선보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13개 언어의 실시간 통역 안내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제공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난해 9월 한국 총인구의 5.2%를 넘어선 가운데 기업들이 다문화 사회 진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유통업계 최초로 잠실점에 인공지능 통역 서비스를 선보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13개 언어의 실시간 통역 안내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제공
금융권, 통신업처럼 ‘객수’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통번역 기기를 외국인 특화 점포에 적용했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사이에 두고 고객과 직원이 대화를 나누면 설정된 언어가 실시간으로 번역된다. 영어뿐 아니라 태국어, 말레이어 등 총 38개 언어를 지원한다.

LG유플러스 역시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통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17개 언어로 가입 상담을 지원하고, 전국 주요 거점에 외국인 특화 매장을 운영한다. 특화 매장 중에서도 외국인 고객 방문 비중이 높은 17개 매장은 외국인 상담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글로벌 텔레콤센터’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국내 외국인 통신 서비스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달성한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둘째, 조직 측면에서도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 외국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잘 아는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HR테크 기업 잡코리아는 지난해 7월 외국인 인재에게 적합한 국내 일자리를 소개하고 구인 기업에 맞춤형 인재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클릭(KLiK)’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용자들은 비자 유형, 직무, 지역별 맞춤 공고를 확인하고 즉시 지원할 수 있다. 클릭 라운지라는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출시 3개월 만에 600%라는 성과를 냈다.

외국인 직원들이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직원을 위한 글로벌 식단은 기업들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삼성전자 구내식당에는 한식·중식·일식과 함께 인도식 코너가 상시 마련되어 있으며, 식자재 구매 단계부터 100% 할랄 인증된 고기를 사용한다. HD현대중공업도 이슬람 직원을 위해 알코올과 돼지고기를 뺀 식단을 선보이고 있다. 라마단 기간에는 밤에 먹을 수 있는 식사 꾸러미를 따로 챙겨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외국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도 하나둘 정비되고 있다. 서울시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마을버스 업계를 위해 외국인을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계청 역시 외국인 관련 통계 지표를 확대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로 정부가 각종 외국인 유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인 관련 정책을 뒷받침할 통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령 2, 3년마다 공표하는 장래가구 추계에 외국인 인구가 빠져 있는데 외국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추계하지 못할 경우 각 부처의 정책 수립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6%가 이민을 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국경을 넘나든다. 한국의 임금 수준 상승과 함께 동남아시아 등 저임금 국가에서 선호하는 이민 대상국으로 한국이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에 외국인 인구는 잠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5.2%는 시작일 뿐이다. 한국 사회가 새로운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노동력 활용을 넘어 장기적 정착과 사회 통합을 고려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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