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매달 새 협상 요구할 수 있어…韓환율 의제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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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석학 옵스펠드 교수. 한미 관세협상 평가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 명예교수(사진)가 3일 ‘2025년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를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한미 관세협상이 진정한 의미의 ‘합의’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매달, 매분기 미국이 원하는 만큼 무역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3일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UC버클리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년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 참여해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올 7월 한미 양국은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도 재임 중인 옵스펠드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 등을 거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경제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옵스펠드 교수는 한미 관세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려스러운 점은 합의 내용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많은 것을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투자 대상과 투자액, 수익 분배 구조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불안한 여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환율이 새로운 의제가 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미국은 원화 가치가 오르길 바라겠지만 한국에 높은 관세가 적용되면 원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원화 가치는 1월에 비해 지금까지 10% 정도 하락했고 앞으로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에 통화 절상을 압박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마러라고 합의’ 구상에 대해서도 “조화로운 형식의 마러라고 합의가 실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견해을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2의 플라자합의인 마러라고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해외 채무를 줄이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한국 경제의 위험으로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가처분소득 대비 높은 주택 가격을 꼽았다. 그러면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새 정부의 확장재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연구·개발(R&D)이나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한다면 미래의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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