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랠리’ 화려했지만… 세법 개정 논란 이후 ‘박스권’ 갇혀

  • 동아일보

코멘트

李정부 100일 앞 증시 성적표
코스피 18% 상승… 역대 정부 최고
이명박 정부 7.8%, 尹정부 -3.6%
조선-방산-원자력 경쟁하듯 치솟아… “정책모멘텀 소진” “반전 가능” 갈려

이재명 정부의 출범 100일을 앞두고 증시가 역대 정부 중 두드러지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허니문 랠리’ 이후 세법 개정 논란에 발목이 잡혀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시장에선 당분간 미국 관세 부과의 영향으로 증시를 어둡게 전망하면서도 실제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반등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2,698.97이었던 코스피는 이달 5일 3,205.12로 마감하며 18.75%나 상승했다. 5일은 정부 출범 94일째 되는 날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는 11일까지 증시가 큰 하락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역대 정부 중 출범 100일간 가장 큰 폭의 증시 상승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에는 이명박 정부 때 증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당시 출범 100일간 코스피는 7.88% 올랐다. 노무현 정부(+3.89%)와 문재인 정부(+3.01%)는 출범 100일간 코스피 상승률이 3%대 강세였다. 박근혜 정부(―1.46%)와 윤석열 정부(―3.61%)는 코스피가 같은 기간 약세를 보였지만, 출범 50일간의 낙폭은 회복했다.

이재명 정부의 증시 상승세는 탄핵 정국을 거치며 증시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대통령의 증시부양 의지가 강력한 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시총 20위 중 1∼4위를 제외한 16개 기업의 순위가 뒤바뀌며 증시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선-방산-원자력 등 글로벌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과 은행, 증권사 등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금융사 주가가 경쟁하듯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법을 둘러싼 논란이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7월 31일 법인세를 인상하고,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의 종목당 주식 보유액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밝힌 개편안도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쳤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최대한 이른 시기에 결정을 내리겠다”며 이달 중 양도세 기준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증시는 반도체 의존도가 뚜렷해진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50일까지 코스피 시가총액 상승분에서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의 기여도는 27.8%였는데 100일 기준으론 32.1%까지 커졌다.

시장은 신중해진 모습이다. 지난달 하나증권은 올해 말 코스피 상단 전망을 3,710에서 3,240으로 대폭 낮췄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말 코스피의 연중 고점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모멘텀이 소진됐고, 미국 관세의 영향을 받을 3분기(7∼9월)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등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며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국면이라고 본다”며 “미국 금리 인하, 중국 경기 부양 등이 확인되면 상승 반전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허니문 랠리#코스피#증시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