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4년간 400조 원 넘게 늘어 2029년에는 136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보증채무와 공공기관 부채 등 ‘잠재 채무’를 더하면 재정 부담이 20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2029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적자성 채무는 추가경정예산안 기준 926조5000억 원으로 전망된다. 1년 전(815조2000억 원)보다 111조3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적자성 채무는 내년 1029조5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선 뒤 2027년 1133조 원, 2028년 1248조1000억 원, 2029년 1362조5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71.1%에서 2029년 76.2%로 커진다.
적자성 채무는 대응하는 자산이 없어 조세 등 일반 재원으로 상환해야 한다. 일반회계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국채가 대표적이다. 상당수가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적자성 채무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07조6000억 원이었던 적자성 채무는 지난해 2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응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가 315조6000억 원에서 359조8000억 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가채무의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악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잠재적인 채무까지 더할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진다. ‘2025~2029년 국가보증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정부 보증채무는 올해 16조7000억 원에서 2029년 80조5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증채무는 공공기관·지방정부·공기업 등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정부가 상환을 보증한 금액이다. 채무자가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국가가 이행 의무를 지게 된다. 정부는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기금채 등으로 5년간 5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른 2029년 보증채무 잔액이 43조5000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손실보전 의무가 있거나 자산 2조 원 이상인 주요 공공기관 35곳의 부채 규모도 2029년 847조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올해(720조2000억 원) 전망치보다 127조 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들 기관이 계획대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의 재정 부담이 커지며 재정건전성뿐만 아니라 국가신용도까지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대규모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올 2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향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신용등급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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