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국장 탈출-하락장 베팅
코스피 석달째 3100∼3200 횡보… 나스닥-닛케이 사상 최고와 대조
예탁금 줄고 인버스 ETF 돈 몰려… 일각 “박스피, 일시적 숨고르기”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 보관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200조 원을 돌파했다. 주가가 3,100∼3,200 선에 갇힌 ‘박스피’가 길어지자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린 것이다.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가 하락해야 수익률이 좋아지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장 많이 투자하며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의 기준을 종목당 10억 원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9일 코스피가 연고점을 경신하며 ‘박스피 탈출’ 기대감이 나왔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금액은 최근 200조 원을 넘겼다. 해당 수치가 지난달 12일에 1481억4000만 달러(약 206조 원)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액이다. 세이브로에 공개된 가장 최근 수치인 이달 5일 해외 주식 보관금액도 1465억4200만 달러(약 204조 원)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연초(1191억4000만 달러) 대비 약 23% 증가한 것이다. 올해 코스피 상승 기대감에 한때 해외 투자가 주춤했지만 이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이번 달 들어서 서학개미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2억6426만 달러)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 테슬라(1억1196만 달러)와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8322만 달러) 순서로 순매수량이 많았다.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해외 증시는 상승세인데 코스피는 박스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8일(현지 시간) 나스닥이 전 거래일 대비 0.45% 오른 2만1798.70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만 21번째 최고가를 갈아치운 것이다. 일본에서도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9일 장중에 사상 처음으로 4만4,000 선을 넘겼다. 반면 코스피는 7월 11일에 올해 첫 장중 3,200 선을 돌파한 이후 석 달째 3,100∼3,200 선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박스피 피로감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두는 잔금이 줄어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잔금의 총합인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64조9796억 원으로 집계됐다. 8월 1일만 해도 71조7777억 원이었는데 한 달 사이에 6조7000억 원이 넘게 증발한 것이다.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예치해 놓은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 대기를 위한 자금이다.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심지어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뚜렷해졌다. 코스콤의 ETF체크에 따르면 이달 2∼8일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ETF가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총 1979억 원 순매수했다. 2위 종목인 ‘타이거 미국S&P500’의 순매수액(427억 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코스피200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매일 2배수만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가 몰린 것이다. 그만큼 코스피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연고점 다시 쓰며 반등 노리는 코스피
한국 증시가 박스피를 곧 탈피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9월은 역사적으로 하락장이 많아 국내 증시도 잠시 숨 고르기 중이란 의미다. 이달엔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투자자들이 투자 계획을 정리하는 편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기관의 회계연도 시작일(10월)을 앞두고 유동성이 축소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코스피는 9일엔 전날 대비 1.26% 오른 3,260.05로 마감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였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어제 야당 대표와 오찬하실 때 ‘정부의 최종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7월 31일 공개된 세제개편안에서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췄는데 이를 철회할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에 관심을 갖기보다 국내 시장으로 귀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