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0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양도세의 대주주 기준 상향을 시사했다. 본래 50억 원이던 대주주 기준을 정부가 10억 원으로 내리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정부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이다. 대주주 기준 상향에 대한 기대감에 코스피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식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며 “주식시장 활성화가 그로 인해 장애를 받을 정도면 (10억 원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도 굳이 요구하고 여당도 놔두면 좋겠다는 의견인 것으로 봐서는 굳이 50억 원 기준을 10억 원으로 반드시 내려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주주 기준 논란이) 주식시장 활성화 의지를 시험하는 시험지 비슷하게 느껴진다”며 “국회의 논의에 맡기도록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란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 당국의) 시뮬레이션이 진실은 아니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다”며 “입법 과정에서도 할 수 있고, 실행 과정에서도 아니라고 하면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7월 3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는 주식 양도세를 부과할 때 대주주의 기준을 손질하는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1종목당 50억 원어치 주식을 보유하면 대주주로 보고 양도차익의 20~25%를 과세했는데 앞으로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매도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통령 공약인 ‘코스피 5000 시대 달성’과 배치되는 정책이라는 의미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29.67포인트(p)(0.90%) 상승한 3344.20, 코스닥은 전일 대비 1.76p(0.21%) 상승한 834.76으로 마감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5.2원 오른 1391.8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5.9.11/뉴스1
더불어 기업들의 배당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개편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담았지만 이 또한 시장의 실망을 불러왔다. 기존에는 모든 소득을 합산해 계산하는 종합과세였는데 정부안은 배당소득만 따로 떼어 최고 35%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세율인 25%보다 높은 데다 적용 요건이 까다롭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과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자 기대감에 주가는 8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1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9% 오른 3,344.20으로 마감했다. 전날 4년 2개월 만에 경신했던 종가 기준 최고치(3,314.53)를 다시 한번 뛰어 넘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어느 선까지 상향할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장 초반에는 3,344.70을 찍으며 역대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기자회견 이후 상승세를 일부 반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3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또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의무가 담겼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올라가고,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등에 사용하는 사례가 줄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감소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민주당은 3차 상법 개정안을 9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안은 회사를 살리고 압도적 다수인 (소액)주주들에게 도움 주는 것”이라며 “‘더 센 상법’이라는 나쁜 뉘앙스로도 말하지만 더 세게 주주를 보호하고, 더 세게 기업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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