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매출 500대 기업 조사
작년 하반기보다 5.3%P 상승
“채용 없다” 팬데믹 때보다 많아
채용계획 기업 38% “규모 줄일것”
경기 침체 장기화와 반기업 규제, 미국발(發) 관세 장벽 등이 겹치면서 올 하반기(7∼12월) 대기업 고용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아예 없다는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0년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응답 121개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8%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같은 응답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57.5%였는데, 이보다 5.3%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 중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는 기업 비중은 지난해 17.5%에서 올해 24.8%로 7.3%포인트 늘면서 2020년 팬데믹 시기(24.2%)를 웃돌았다. ‘신규 채용 계획 미정’이라고 답한 기업은 38%였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37.2%)조차도 고용 축소 기조가 뚜렷했다.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37.8%로, 전년(17.6%)의 두 배를 넘어섰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24.4%에 그쳤고, ‘비슷한 수준 유지’는 37.8%였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는 이유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6.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인건비 증가 등 비용 부담(12.5%)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및 고환율에 따른 경기 부진(9.4%)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건설·토목(83.3%)이 ‘채용 없음·미정’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식료품(70.0%) △철강·금속(69.2%) △석유화학·제품(68.7%) 순으로 조사됐다. 내수 부진과 원가 부담, 글로벌 공급 과잉에 더해 미국발 관세 장벽까지 겹치면서 주요 기간산업 전반이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 시 발생하는 애로 사항으로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인재 찾기 어려움(29.4%) △채용 후 조기 퇴사자 발생(24.0%) △채용 과정에서 이탈자 발생(19.3%) △허수(虛數) 지원자(14.7%) 등을 짚었다. 채용 확대를 위한 정책 과제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38.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인 대기업의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올 하반기 고용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청의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5.1%로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줄었다. 청년 고용률은 1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내림세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전통 주력 산업은 활력을 잃고, 신산업 분야 기업들도 고용을 늘릴 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노조법·상법 개정으로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규제 완화와 투자 지원을 통해 기업의 고용 여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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